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2심에서 감형받아 당선무효를 피하게 됐다.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김 회장은 다음해 3월이면 임기가 끝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 회장직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24일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었다. 위탁선거법은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이 선거는 위탁선거법 하에서 치러진 첫 농협중앙회장 선거로서, 종래의 느슨한 규제 하에 이뤄졌던 농협 선거운동 분위기가 일부 남아있는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탁선거법에 따른 새로운 선거문화가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피고인으로서는 분명한 행위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을 것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위탁선거법은 각종 비리로 ‘금권 선거’라는 오명을 썼던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농협과 수협, 새마을금고 등의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해 투명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적이었다.
김 회장은 2016년 위탁선거법 적용 후 치러진 첫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 기간이 아닌 때 전화나 문자로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김 회장의 행위 상당 부분은 “공소 사실이 특정되지 않거나 대의원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하거나 무죄 판단을 내렸다. 김 회장이 <서울신문>과 <동아일보>에 게재한 기고문을 대의원에게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기고문 내용은 한·중 자유무역협정 국회통과와 쌀 재고 문제 등 농업 현안에 관한 것일 뿐 농협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선거운동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함께 출마했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공모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은 결선 투표에 오르는 사람을 지지하기로 약속하고, 김 회장이 결선투표 2위에 오르자 선거 당일 최 전 조합장이 김 회장을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대의원들에게 보내고 투표장도 함께 돌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이 정한 금지행위”라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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