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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명수 대법 2년…상고사건 ‘장기 미제·심리 불속행’ 급증

등록 2019-09-24 20:20수정 2019-09-24 20:41

민사 1∼2년 지연 두세배 늘고
형사 3년 넘게 공판 70% 증가
‘이유 없이 기각’ 비율 높아져

지난해 4만8천건…대법관 12명뿐
취임 22개월만에야 첫 간담회
상고심 제도 개선 논의 ‘제자리’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6일 취임 두 돌을 맞지만 상고심 개선은 전혀 진전이 없다. 김 대법원장이 2017년 9월26일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co.kr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6일 취임 두 돌을 맞지만 상고심 개선은 전혀 진전이 없다. 김 대법원장이 2017년 9월26일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co.kr
김명수 대법원장은 2년 전 취임 때 상고심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당시 취임사에서 그는 “상고심 제도 개선은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임기(6년)의 3분의 1을 보내는 동안 상고심 개선 논의는 한발도 떼지 못했다. 그사이 상고심 판결이 1년 이상 지체된 이른바 ‘깡치 사건’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 대법에서 2~3년 이상 묵은 사건 급증

<한겨레>가 24일 이철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대법원 자료를 보면, 김 대법원장 취임 뒤에도 상고심 적체 사건은 양과 질 모두에서 악화됐다. 민사 본안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1년 이상 판결이 지연된 사건은 전체 8818건 가운데 2965건(33.6%)에 이른다. 지난해 말(15.4%), 2017년 말(15.3%)보다 갑절 이상 높아졌다. 특히 적체 기간이 ‘1년 초과 2년 이내’인 사건은 2262건으로 지난해 말(732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2년 초과 3년 이내’ ‘3년 초과’ 사건도 각각 512건, 191건으로 2018년 말(428건, 178건)에 견줘 눈에 띄게 늘었다. 법조계에서 흔히 ‘깡치 사건’으로 불리는 장기 미제가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형사공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 6월 말 기준 적체 기간이 ‘3년 초과’인 묵은 사건이 228건으로 지난해 말(139건)보다 70%가량 급증했다. 3년 넘게 심리 중인 형사공판 사건은 2016년 말 35건, 2017년 말 66건에 불과했는데, 최근 해마다 2배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적체 기간이 ‘2년 초과 3년 이내’인 사건은 284건으로, 지난해 말(285건) 수준을 유지했고, ‘1년 이내’와 ‘2년 초과 3년 이내’는 각각 3987건, 661건으로 지난해 말(4782건, 790건)보다 줄어들었다.

이런 수치는 대법원이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심불) 기각’ 비율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민사 본안 심불 비중은 올 상반기 72.1%로 지난해(52.2%)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또 가사사건과 행정사건 올 상반기 심불 비중도 각각 88.6%, 80.2%로, 지난해 전체 비율(86.4%, 79.5%)보다 높았다.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상고심 판단이 지체되면서 소송 당사자들이 겪는 정신적·물적 피해가 엄청나다”며 “웬만한 의뢰인들에게는 대법원 재판의 현실을 말해주며 상고를 말리고 있다”고 했다.

■ 김 대법원장 취임 2년…상고심 개편 논의 ‘허송세월’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 3항)가 국민의 권리로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3심을 받아보겠다며 밀려드는 사건에 비해 대법관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고 사건은 4만7979건인데, 재판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한명당 4천건을 배당받는 셈이다. 대법관 4명씩으로 꾸려진 3개 소부에서 상고 사건의 99.999%를 처리하는데, 실무적으로는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들이 10개 가운데 9개 사건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하고, 대법관들의 소부 합의도 “대부분 주심 대법관의 판단대로 5초 남짓이면 끝난다”(박시환 전 대법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전합)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합 판결은 모두 12차례, 대법원 전체 판결의 0.001%에 불과했다. 지금 대법원으론 신속한 재판도, 충실한 재판도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런 현실을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년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취임 22개월 만인 지난 7월 처음으로 법학자들과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를 열었을 뿐이다.

대법원 규칙으로 최근 출범시킨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한다지만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대법원이 미국처럼 소수의 의미 있는 사건을 판단하는 ‘정책법원’이 될 것인지, 개별 사건 3심에 충실한 ‘권리구제형 법원’이 될 것인지 갈피부터 잡아야 한다”며 “상고심 개선은 대법원을 넘어 정치권 등 전 사회의 합의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난제”라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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