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가운데)이 25일 오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러 들어서고 있다. 인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소환 조사를 받은 아들과 딸을 언급하며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는 심정을 밝혔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했다. 지난달 27일 전면적인 압수수색으로 조 장관 수사를 개시한 지 한달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윤 총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에게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정신에 입각한 수사라던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이어지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수사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원론적인 언급만 한 셈이다.
한편 조 장관 부인 정 교수는 이날 낮 본인의 페이스북에 “아들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새벽 3시쯤 귀가하면서 ‘오늘 처음 느낀 게 제가 참 나쁜 놈으로 살았다는 거예요. 조서를 읽어보면 저는 그런 놈이 되어 있네요’ 했다”며 “아이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졌나 보다.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썼다. 조 장관 아들 조씨는 전날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해 이튿날 새벽 2시 넘어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정 교수는 또 “밤새 울다가 눈이 퉁퉁 부어 2차 소환에 임한 딸애는 또 눈이 퉁퉁 부어 밤늦게 돌아왔다. 조사받으며 부산대 성적, 유급 운운하는 부분에서 모욕감과 서글픔에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고 썼다. 조 장관 딸은 지난 16일에 이어 22일 2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정 교수는 본인 상황에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다. 그는 “매일매일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되어간다.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며 “8월 말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고 썼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 교수가 아들이 16시간 조사를 받고 딸도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는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조사 중간에 휴식, 식사, 조서 열람, 수정 등이 다 포함된 시간이다. 조사 과정에서 느끼는 그분들의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고, 조사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팀은 최대한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정 교수 소환과 관련해서는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 수사 진행 경과를 보면서 수사의 결에 따라 가장 적정한 시점에 할 계획”이라며 “(서울중앙지검) 1층 청사 출입문을 통해 출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공개 소환한 조 장관 딸·아들과 달리 공개 소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현준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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