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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요양병원·요양원 79%, 대피 힘든 3층 이상에…연기배출도 허술

등록 2019-09-27 05:00수정 2019-09-27 07:17

김포요양병원 화재로 본 안전취약 실태
대피로 구실 주차장 없었으면 더 큰 참사
“승강기 좁거나 비상계단 없는 요양원도”
배연창 설치 의무 어겼거나 제 기능 못해
설치 층수 제한·배연시설 강화 등 필요
지난 24일 지상 5층, 지하 2층의 상가 4층에 설치된 김포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환자 2명이 숨졌다. 요양병원·요양원 약 80%는 건물 3층 이상에 있다. 김포/연합뉴스
지난 24일 지상 5층, 지하 2층의 상가 4층에 설치된 김포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환자 2명이 숨졌다. 요양병원·요양원 약 80%는 건물 3층 이상에 있다. 김포/연합뉴스
사망 2명 등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김포 요양병원 화재는 상가 건물 고층에 설치된 요양병원이나 노인요양시설(요양원)이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치료 등을 받는 노인들은 거동이 힘들거나 불가능한 ‘재난 취약층’인데다, 다양한 업종이 들어선 상가엔 재난 시 환자 침대와 휠체어를 이동시킬 수 있는 대피로(경사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26일 방재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상 5층, 지하 2층의 상가 건물 4층에 있는 김포 요양병원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보일러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이 상가 옆 주차타워와 연결돼 있었다. 이 주차타워가 화마를 피할 수 있는 대피공간 겸 대피로 구실을 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화재 당시 병원 직원 등은 평소 자동차가 오가는 주차타워 경사로를 이용해 환자 침대 등을 옮겼다. 이 시설마저 없었다면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정전·화재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춰 있어 비상 계단으로만 건물 밖으로 환자를 탈출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차타워가 없었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며 “요양병원·요양원 화재 현장에 가보면 엘리베이터 공간이 작고, 비상 계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김포 풍무동 요양병원 직원 등이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뒤 남겨진 침대를 평소 차가 오가는 주차타워 경사로를 통해 옮기는 모습. 보통 요양병원이나 노인요양시설(요양원)이 입주한 고층 상가엔 환자 침대를 쉽게 이동시킬 경사로나 대피공간이 따로 없는 곳이 많다.  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김포 풍무동 요양병원 직원 등이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뒤 남겨진 침대를 평소 차가 오가는 주차타워 경사로를 통해 옮기는 모습. 보통 요양병원이나 노인요양시설(요양원)이 입주한 고층 상가엔 환자 침대를 쉽게 이동시킬 경사로나 대피공간이 따로 없는 곳이 많다. 김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요양병원 1408곳과 요양원 3244곳 등 4652곳을 안전 감찰한 결과, 무려 3669곳(78.9%)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가 어려운 3층 이상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1408곳 중 3층 이상에 있는 곳은 1334개(94.7%)에 달한다. 11층 이상 초고층에 있는 요양병원·요양원도 87곳이었다. 이렇게 여러 업종이 섞여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합건물(상가)은 독립적 단독건물에 견줘 화재 안전에 취약하다. 요양병원 1408곳 가운데 574곳(40.8%)은 복합건물에 설치돼 있다.

현재 요양병원·요양원을 설치할 수 있는 건물 유형이나 층수 제한은 별도로 없다. 어린이집의 경우엔 3층 이하에만 설치가 가능했던 규정이 2011년 5층 이하로 완화된 바 있다. 지난해 말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소비자안전법제 개선방안 연구-다중이용시설>을 보면 “고층건물 일부에 설치되는 노인요양시설이 증가하는데다 안전 관리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층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화재 발생 시 사망에 이르는 주요 원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2명도 연기 흡입으로 질식해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줄이고자 2015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도 화재 시 연기를 즉시 배출할 수 있도록 자동 또는 수동으로 열리는 배연창 같은 배연설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포 요양병원엔 배연창이 없었거나 설치돼 있더라도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용한 서장은 “현장에 가보니 화재로 인한 농연이 보일러실 밖으로 나와 복도 중간 집중치료실(사망자 발생)까지 들어차 있었다”며 “연기를 빼내기 위해 요양병원 안 거의 모든 창문을 깨고 소방서에서 가져간 연기 제거 설비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배연창 설치 등이 의무화됐지만, 구체적인 성능유지 관리 기준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류형규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병원·요양원에도 배연창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연기 배출을 고려한 제어 기준 등 세부 사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건물 구석에 조그맣게, 제 기능이 어려운 배연창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배연창 설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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