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딸.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9개월간 인천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앙골라 국적의 루렌도 은쿠카씨 가족이 법원 판단으로 난민 심사를 받게 됐다.
27일 서울고법 행정 1-1부(재판장 고의영)는 루렌도씨와 부인, 이들의 자녀 4명이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루렌도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12월28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앙골라 정부가 콩고 이주민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성폭행 당하고, 구금과 차별을 당했다”며 난민 신청을 냈지만, 출입국사무소는 “난민으로 인정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며 심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현재까지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 편의시설지역에서 체류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루렌도씨 가족은 출입국사무소 결정에 불복해 지난 2월 외국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루렌도씨 가족이 입국 불허 결정 뒤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해도 난민 신청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앙골라 정부로부터 박해를 피하려는 급박한 상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난민인정 심사 자체를 회부하지 않기로 한 처분은 유지되기 어렵다”며 “일단 심사에 회부해 조사를 받은 뒤 난민 인정 여부가 최종 결정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타까운 사정이지만 외국인청 결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며 인천공항의 위법은 없다고 인정해 루렌도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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