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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증 장애인들이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1인 시위 벌이는 까닭

등록 2019-10-01 14:58수정 2019-10-01 15:03

4일까지 서초동 삼성전자 앞 릴레이 1인 시위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으로 때우지 마라”
정명호(29)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명호(29)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한 1인 시위를 삼성이 막고 있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4길 11. 삼성전자 서초사옥 도로명 주소판 앞에 선 정명호(29)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이 태블릿 피시(PC)의 버튼을 누르자 보완대체의사소통장치(AAC·글자나 그림을 입력하면 음성으로 나옴)에 미리 입력해 놓은 문장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보안요원들이 자신의 시위를 막을까 봐 ‘사전준비’를 했던 문장인데, 정 위원장이 잘못 누른 것이었다. 정 위원장의 우려와 달리, 이날 삼성은 뇌병변 장애인인 그의 시위를 막지 않았다.

지난 6월 발족해 오는 11월 정식 출범을 앞둔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노조 준비위)가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요구하며 ‘일류기업’ 삼성 앞에서 나흘 동안을 예정으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정 위원장과 노조 준비위는 이날 오전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삼성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벌금으로 때우려 하지 말고,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준수하라”라고 호소했다. 노조 준비위의 릴레이 1인 시위는 4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노조 준비위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까닭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대신 과태료 성격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채용을 회피해 온 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1호 시위 대상’으로 삼은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501억원을 납부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현행 50인 이상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시행령에 따라 상시 근로자의 3.1%(2018년 기준 2.9%)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대기업 집단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29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유일하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킨 곳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정 위원장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든 ‘장애인 고용부담금제’에 대해 “제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내는 돈으로 (대신)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지 않으냐”라며 “장애인도 노동하면서 자신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고 일터에서 동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현재 3.1%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민간기업은 5%, 공공기관의 경우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어떤 이에겐 숨 쉬는 것이 노동”)

글·사진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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