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로부터 14억원을 투자받은 사모펀드의 세세한 투자 계획과 투자 조건 등을 담은 계약서가 확인됐다. 복수의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정경심 교수가 투자하기 전에 이 투자 계획 등이 보고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정 교수가 실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 교수 쪽 변호인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코링크 내부 계약서를 보면, 정 교수 쪽 투자금 14억원으로 구성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블루펀드)는 2017년 8월25일 웰스씨앤티에 13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투자금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웰스씨앤티 유상증자에 1억6900만원, 상환전환 우선주 발행에 2억3100만원, 사모 전환사채 발행에 9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웰스씨앤티의 대주주가 된 블루펀드는 투자 조건도 지정했다. 코링크 설립을 주도한 익성의 특허권을 웰스씨앤티 쪽에 넘기고, 익성이 만드는 음극재 관련 원재료의 20%를 웰스씨앤티가 납품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웰스씨앤티에 투자하게 된 정 교수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대신 웰스씨앤티는 익성 이아무개 회장에게 10억원을 주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웰스씨앤티를 익성 또는 다른 상장회사와 우회상장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코링크 전 관계자는 “이 계획은 정 교수가 투자한 13억원의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방안”이라며 “정 교수 돈이 투자된 웰스씨앤티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웰스씨앤티가 익성과 상장될 경우 그 이익을 정 교수 등이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사 관계자도 “정 교수 쪽 돈을 웰스씨앤티에 투자하기에 앞서 수익 구조를 구체적으로 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웰스씨앤티와 익성, 정 교수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계획은 조 장관의 5촌조카가 세웠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문건을 분석한 한 회계 전문가는 “결국 조 장관 일가가 블루펀드에서 투자자(LP)와 운용사(GP) 역할을 동시에 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며 “인사청문회 등에서 블라인드 펀드라며 투자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한 조 장관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에 앞서 구체적인 투자 조건과 계획을 보고받은 것이라면, 법적으로 공직자의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간접투자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자신의 돈으로만 구성된 사모펀드에 가입하고 이 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았다면 ‘직접투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 전문 변호사는 “이 문건을 보면 정 교수는 웰스씨앤티의 우회상장 계획 등을 미리 알고 주가가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공직자윤리법에도 사모펀드 투자를 구체적인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어 불법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이정규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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