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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간주부양비' 폐해, 연 553억이면 풀리는데…

등록 2019-10-04 06:02수정 2019-10-04 23:58

빈곤층 울리는 ‘삭감 복지'
정부, 부양비 낮추기에 그쳐
그나마 의료급여엔 적용안돼
“수급가구 소득서 제외해야”
지난 2017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사 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농성장에서 회원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017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사 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농성장에서 회원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실제론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양의무자의 간주부양비로 말미암아 생계급여를 깎이는 등 빈곤층이 겪는 고통이 심각하지만 정부 대책은 거북이걸음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생계급여에 적용되는 간주부양비를 다소 낮추기로 했지만, 간주부양비를 수급 가구 소득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 등 빈곤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좀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부양능력이 미약하다고 판단된 부양의무자에게 매기는 간주부양비 부과 비율을 낮추는 데 따라 생계급여 지급을 위한 재원 371억원을 2020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했다. 현재 간주부양비는 부양의무자 가구 월 소득에서 기준 중위소득 100%(1인가구의 경우 170만7008원)를 빼고 남은 금액의 30%(결혼한 딸 15%)에 해당한다. 30% 부과 비율을 10%로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간주부양비가 줄면 그만큼 수급 가구가 삭감당하는 생계급여 금액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생계급여에 대한 간주부양비를 폐지(부과 비율 10%→0%) 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복지부는 553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간주부양비 완화는 생계급여에만 적용되고, 건강보험료를 면제받는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현행 간주부양비 책정 방식이 유지된다.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1인가구 68만2803원)여야 한다. 간주부양비까지 포함한 수급 가구 소득이 이러한 기준을 넘기게 되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간주부양비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6만2천가구가 간주부양비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전까지) 이러한 간주부양비를 수급 가구 소득으로 잡는 것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서울시 사회복지 공무원도 “간주부양비 영향을 받는 이들은 주로 홀로 사는 어르신,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이라며 “당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지 못한다면 ‘부양능력 미약’ 구간을 없애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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