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과 함께하는 한국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정부는 무차별적인 폭력진압을 중단하고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재한 홍콩인 파니(한국 기독학생회 국제부 활동가)를 비롯한 재한 홍콩인들도 참석해 홍콩 정부가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법 발동을 앞두고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홍콩 정부는 실탄 발사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총상을 입은 17살 남학생과 기타 시위자들을 폭동죄로 기소했습니다. 홍콩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이 남학생이 왼쪽 어깨에 총을 맞았다고 했지만, 실제 총알은 심장 왼쪽에서 불과 3㎝ 떨어진 위치에서 발견됐습니다. 어깨와 심장도 구분할 수 없는 홍콩 경찰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한국 기독학생회 국제부 간사 파니(33·Fanny)는 서툰 한국어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홍콩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홍콩에 한국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알린 홍콩 기독학생회 출신이기도 한 그는 4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홍콩의 내각 격인 행정회의에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파니는 “오늘 하루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한 홍콩인들의 퍼포먼스에 참여한 것”이라며 “홍콩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홍콩 경찰이 지난 1일 ‘애도의 날’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에게 실탄을 발사한 사건에 대해 국내 시민사회 단체들과 재한 홍콩인들이 연대의 마음을 모아 홍콩 정부의 무차별적인 시위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와 국제민주연대 등 65개 단체로 이뤄진 ‘홍콩 시민들과 함께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정부는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에 대한 폭력진압을 중단하고, 홍콩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00일 넘게 이어진 반송중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홍콩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에 이어 살상 무기인 실탄을 사용한 데 대한 우려의 뜻을 밝혔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2015년 이 광화문광장 앞에서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에 의해 쓰러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많은 아시아 국가의 인권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해 ‘집회를 탄압하지 말라’는 우려를 정부에 보냈다”며 “우리가 지금 홍콩 정부의 폭력진압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또 다른 홍콩 시민이 백남기 농민과 같이 거리에서 쓰러지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홍콩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양다은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전국연맹 간사 역시 “지난한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이뤄온 한국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강한 의지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며 “지난 1일 중등학교 5학년 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을 맞은 사건은 홍콩 경찰의 폭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홍콩 경찰은 당장 강경 진압을 멈추고, 폭력으로 잠재울 수 없는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어와 광둥어로 “광복홍콩 시대혁명” “5대 요구 결일불가(하나라도 빠뜨릴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사흘 전 경찰의 실탄에 맞은 학생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이번 실탄 발사를 정당방위로 주장하는 홍콩 경찰이 앞으로도 이같은 폭력진압을 계속 반복할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과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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