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롤을 하고 화장하는 학생들이 있던데 이런 행동은 외국에서는 매춘부들이나 하는 짓…. 생긴 건 대학생같이 생겼는데 매춘을 하는구나(할 것이다). 내가 교수가 아니면 ‘야, 돈 한 만 원 줄테니까 갈래?’ 이러고 싶다.”
서울 소재 총신대학교 신학과에서 해당학과 교수가 수업 중 학생들을 향한 심각한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총신대에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교수진의 성희롱·막말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학교 쪽의 대처는 미온적이어서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총신대학교 총학생회는 9일 입장문을 내어 “4일 총신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신학과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심각한 성적 발언을 했다”고 학교를 규탄했다. 신학과의 ㄹ교수가 교양수업 ‘종교개혁과 문화’에서 학생들에게 “헤어롤을 하고 화장하는 학생들이 있던데 이런 행동은 외국에서는 매춘부들이나 하는 짓”이라거나 “생긴 건 대학생같이 생겼는데 매춘을 하는구나(할 것이다). 내가 교수가 아니면 ‘야, 돈 한 만 원 줄 테니까 갈래?’ 이러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총신대 총학생회가 학교에 붙인 대자보. 총학생회 제공
이 수업을 들은 학생 ㄱ씨는 “ㄹ교수가 (강의실에서) 헤어롤을 한 학생을 보고 갑자기 ‘매춘부’ 발언을 이어갔다”며 “‘돈 만원’ 발언은 헤어롤한 학생을 직접 지적하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 학생들을 향해 이어간 말로 부적절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해 사안이 알려진 뒤 ㄹ교수는 입장문을 내어 “그 학생이나 학우들에게 상처가 되고 분노를 일으켰으니 나의 생각이 깊지 못했다고 여겨 미안하다”면서도 “해외에서는 거리, 공원, 지하철 등에서 입술을 붉고 진하게 바르거나 화장하는 것은 매춘부가 하는 일”이라거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거리에서나 공원에서 화장하는 사람을 보고 매춘부로 오인하여 ‘만 원을 줄 테니’하며 가자고 할까 봐 염려된다”는 해명으로 부박한 성인식을 드러냈다. ㄹ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도, 잘못이란 점도 인정한다. 모두 제 불찰이며 사과문도 썼다”며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ㄹ교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총신대의) 모든 강의에서 학생들의 인격을 훼손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희롱적 발언을 서슴없이 행하는 사례들이 매 학기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총신대 총학생회의 설명이다. 지난해엔 신학과의 ㅁ교수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별할 때 남자에게 심리적인 안정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 폭력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교양 필수과목을 맡은 ㅇ교수도 “남자들은 성적 욕구가 아주 중요하다. 만난지 30분 안에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섹스가 가능한 게 남자다”라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공개사과를 요구받았다. 지난 5월엔 유아교육과 ㄱ교수도 성희롱 발언으로 교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총신대의 한 학생은 “ㄱ교수가 학생들을 자기 연구실로 불러 설거지 시키는 ‘갑질’은 물론 강의 때 학생에게 ‘옆에 있는 사람과 자고 왔냐’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강 교수의 강의처를 대학원으로 변경한 것말곤 지금까지 성적 발언으로 (교수들에 대한) 학교 차원의 징계가 이뤄진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총신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에서 “(학교는) 사건 대응에 대한 학교 공식 입장문을 발표한 후 학생들과 공식적인 소통을 통해 합당한 조처를 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학생 의견이 반영되는 도덕성 검증을 통해 인물을 선별한 뒤 업무 권한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총신대 쪽은 <한겨레> 통화에서 “현황을 파악해 다시 답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