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경남 창원시에서 초등학생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뒤 국외 도피한 ㄱ씨가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 ‘뺑소니’ 사고로 초등학생을 중태에 빠지게 한 뒤 국외 도피한 외국인이 14일 한국에 자진 입국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카자흐스탄 국적의 ㄱ(20)씨는 “아이와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하기 위해 자진 입국했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도망간 것이 아니라 놀라서 그렇게(국외 도피) 행동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16일 낮 3시30분께 경남 창원시 용원동에서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건너던 초등학교 1학년생을 승용차로 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도주치상)을 받는다. 무면허 대포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ㄱ씨는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오전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사고 차량이 대포차량이었기 때문에 피의자 신원 확인에 곤란을 겪던 경찰은 체크카드를 사용 흔적을 찾아낸 뒤 시시티브이(CC-TV) 영상 확인과 탐문 등을 거쳐 ㄱ씨를 특정했다. 하지만 이미 ㄱ씨는 국외로 출국한 이후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초등학생 뺑소니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카자흐스탄 현지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다루자 ㄱ씨는 압박을 느껴 지난달 21일 카자흐스탄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며 “아직 스무살의 젊은 나이인데 죄책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가 자수를 했지만 국내 송환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이 카자흐스탄과 2012년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 6조에는 “당사국은 이 조약에 의하여 자국민을 인도할 의무가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쪽은 한국 경찰에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절차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 송환 절차를 거치면 1~2년 걸릴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ㄱ씨가 스스로 한국으로 오겠다고 해 사건이 조기해결 됐다”며 “경찰은 물론 법무부와 외교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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