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107일째 농성 중인 가운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수납원은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수납노동자들이 장기 농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근로시간 단축 보완입법 등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도전이 오고 있다”고 말한 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근로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당사자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순향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잘리지 않는 ‘행복한 자회사’를 만들어주겠다고 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말은 뭐였느냐”며 “수납원이 없어질 직업이기 때문에 자회사를 만들어 털어버리기로(없애버리기로) 한 ‘꼼수’가 드러난 만큼 더욱 죽기 살기로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또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해당 발언을 “천박한 노동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이 관계자 같은 노동관을 가진 인사들이 청와대와 기재부를 가득 채우고 있어 로봇 자동화 비율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용과 노동에 대한 고민 없이 ‘산업혁명’을 찬양하기만 바쁜 것”이라고 혹평했다.
노동분야 전문가들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와 일자리 감소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발언은 정부 고위 관계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짚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일부 사라지는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로공사와 같은 공공부문이라면 직업훈련 등을 통해 자신의 업무를 잃은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고 다른 업무에 배치하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고용이란 선택지를 배제한 채 일자리를 잃게 될 수납노동자들을 ‘꼬리 자르기’ 하기 위해 자회사로 몰아넣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역시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문제 역시 노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눠야 했다”며 “15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일종의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듯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경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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