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 10곳 가운데 7곳에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기업 전체 임원 2만9794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199명(4%)에 그쳤다.
여성가족부가 기업 평가 사이트 ‘시이오(CEO) 스코어’에 의뢰해 올해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모든 상장법인의 전무 이상 임원과 고문·감사·사외이사 등의 성별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5일 살펴보니, 조사 대상 기업 2072곳 가운데 1407(67.9%)곳에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은 32.1%인 665곳에 불과했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올라있는 등기임원은 내부 승진이나 경력 채용으로 선임된 사내이사와 외부 전문가 등을 선임하는 사외이사로 나뉜다. 전체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 사내이사는 4.4%였고,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이보다 낮은 3.1%에 머물렀다.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 665곳을 살펴보면, 전무 이상 임원 3408명 가운데 여성은 264명(7.7%)이었다. 여성 부회장은 31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26명(83.9%)이 기업 총수 일가였고 내부 승진이나 경력을 인정받아 부회장이 된 여성은 3명에 그쳤다. 반면, 남성 부회장 140명 가운데 총수 일가는 52명, 경력채용 및 내부승진자는 70명이었다.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50%가 넘는 회사는 화장품 업체인 클리오(71.4%)와 본느(50%) 두 군데 뿐이었다. 여성 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상장기업은 삼성전자(55명)였으나, 그 비율(5.2%)은 세계적인 기업과 견주어 매우 낮은 형편이다. 앞서 15일 글로벌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세계 3천여개 기업 경영진을 분석해 발표한 ‘2019 씨에스(CS) 젠더 3000: 변화하는 기업의 얼굴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한국 기업 이사회(사·내외 이사 등으로 구성) 여성 비율은 3.1%에 그쳤다. 이는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전체 기업 평균은 20.6%였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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