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톨게이트 직접고용 대책위’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찰이 한국도로공사(도공)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속옷이나 생리대를 헤집으며 물품검사를 하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 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본사 직원들과 합심해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규탄하고 경찰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책위는 경찰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속옷과 생리대 가방을 공개적으로 수색하며 수치심을 줬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설명을 보면, 지난달 29일 경찰은 속옷과 생리대가 들어있는 가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헤집고 손과 눈으로 확인하며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한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악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저항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날마다 조롱과 물품검사를 받고 있다. 당장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경찰 및 본사 직원과 한 공간에서 대치하면서 성희롱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명숙 활동가는 “여성 노동자들이 상의 탈의를 할 때 도공 직원들이 채증을 하며 조롱했지만 경찰은 방조했다. 경찰도 함께 채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복자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 조합원은 “경찰이 우리를 멸시하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봤다. 한 조합원이 왜 쳐다보냐고 말했더니 경찰은 ‘이쁘지도 않은 얼굴 내가 왜 쳐다보느냐’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들이 대한민국 경찰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책위는 농성장에 의료진 접근이 통제되고 식사·생필품 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기본적인 건강권도 침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지난 6일 한 조합원이 쓰러진 응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펜스와 의경들의 방해로 구급용 이동 침대가 들어가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직접 간이 들것을 만들어서 조합원을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날 경찰은 개인 의약품의 반입을 막고 있으며 지병이 있는 조합원의 의약품마저도 ‘물품’에 해당한다며 반입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식사 전달을 막아 몇 시간 동안 음식이 외부에 방치되고 담요와 깔판 같은 생필품도 반입도 금지됐다”고 말했다. 담요와 깔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로 현재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조합원들이 도공 본사 진입을 할 때 도공 쪽에서 시설보호요청을 해왔다. 당시는 위험물품 반입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초기 일부 통제가 있었지만 현재는 생필품 등 반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경찰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9일 도공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직접고용 대상은 대법원 소송에 참여한 499명으로 한정한다 △직접고용하지만 수납 대신 타 직무에서 일해야 한다 △대법원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1047명에 대해선 개별적 사법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같은날부터 경북 김천의 도공 본사를 점거해 이날까지 38일째 농성 중이다. 지난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노조가 9일 우여곡절 끝에 정규직 전환 방안에 합의했으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합의 내용이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수용을 거부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