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한 외국어 교양수업 교재에 “억지부리는 것은 여자의 특권”이라는 등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대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개설한 <중국어회화2> 교재에는 “억지부리는 것은 여자들의 특권이다”라는 제목으로 두 남성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 중국어 지문으로 소개됐다. 20대 한국인 남성으로 설정된 직장인이 여성 동료의 외모를 지적해 다툼이 발생하자 다른 남성 선배가 후배를 위로하는 상황이다. 해당 지문에서 직장인 남성 선후배는 “여자들은 체면을 가장 중시한다”, “억지 부리는 것은 여자들의 특권이다”, “여자들은 다 그러니까 네가 사과해라” 등의 대화를 이어간다. 새 직원을 채용하는 상황을 담은 대화에서도 “마땅히 남자 직원을 뽑아야 한다. 새 지사라서 스트레스가 많을텐데 남자가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지문이 나오거나, “우리 사무실에는 부드럽고 상냥한 미녀가 부족하다”는 지문이 이어진다.
이처럼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교재가 수업에서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자 교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임윤정 서울대 인문대부학생회장은 “학생회 회칙에도 남녀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학생회조차 회칙을 통해 남녀차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만큼 학교도 교재 선정에 신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재는 서울대 자체 제작 교재가 아니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교재 중 하나다. 해당 수업을 담당하는 ㄹ교수는 문제가 된 교재 내용과 관련해 “성차별하려는 의도는 없고 (등장인물들이) 농담식으로 나눈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교재로 바꿀지, 스스로 학교 차원에서 교재를 개발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