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서울시 강서구청은 한 골프연습장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약 187m 떨어진 인근 중학교에서 골프연습장에서 날아온 골프공이 두 차례 발견됐기 때문이다. 2년여 전, 골프공에 의해 학교 교직원들의 차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한 터였다. 구청은 골프연습장 쪽에 “같은 일이 또 한 번 발생하면, 체육시설법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으니 유념해달라”고 했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골프 연습장은 골프 타구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물망을 설치해야 한다. 골프공이 날아가는 궤도를 계산해 안전시설을 보강해뒀던 골프연습장은 커튼망 여러 개를 추가 설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골프공은 연거푸 발견됐다. 5개월 뒤 강서구청은 골프연습장에 영업정지 3일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중학교에서 96번째 골프공이 발견되자, 강서구청은 영업정지 처분을 10일로 강화했다.
해당 골프장은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골프장 쪽은 “시정명령이 구체적이지 않아 어떤 의무를 다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골프 연습장의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조치를 취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골프연습장 쪽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강서구청이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골프연습장이 구청 쪽이 요구한 시정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프연습장이 골프공이 중학교까지 날아가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중학교와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골프연습장에서 근무하는 골프 선수와 중학교 관계자들이 협의체에 참여해 안전 기준을 논의했다. 또한 영업정지 3일 처분이 내려지자 철탑을 8m 증축해 안전망을 추가로 설치하고, 골프공이 인근 건물에 부딪쳐 튕겨나갈 가능성까지 우려해 근처 건물에도 안전망을 설치한 점도 판단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골프연습장 시설팀 직원들이 중학교와 가까운 주차장의 안전망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골프장 쪽이 시정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로 내려진 해당 처분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