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에서 비롯한 홍콩 시위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은 지난달 4일 정부가 약속한 송환법 철회 이외에도 ’경찰의 강경진압 조사’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얻어내기 전까지 시위를 멈출 수 없다는 태도입니다.
시위가 길어지며 홍콩 시민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2일 영국 <가디언>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우울증과 불안, 급성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9명의 참가자가 시위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은 홍콩에 있는 시민만이 아닙니다. 홍콩 바깥에서 고향을 바라보는 이들 역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는데요, 지난 18일 <한겨레>가 만난 홍콩 결혼이주여성 스테판씨 역시 “뉴스를 보며 마음을 졸이고 뜬눈으로 밤을 새곤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스테판씨는 201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하며 홍콩을 떠나게 됐습니다. 2014년 홍콩 현지에서 우산혁명을 볼 때만 해도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에게는 그때의 ’무관심’이 ’자책감’으로 번져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시위한다는 것도, 시위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느꼈어요. 투표권이 있었지만 투표도 안 했을 정도에요. 하지만 지금 사태를 보고 나니 그때의 내가 너무 후회돼요.”
거의 매일 홍콩 시위 소식을 접하면서도,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재한 홍콩인 집회의 통역을 맡거나 홍콩 시위에 관한 한국어 홍보자료 제작을 힘껏 돕고는 있지만, “이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되뇌기도 합니다.
“함께 나서서 싸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합니다.” 홍콩에 남아 있는 친구들을 떠올릴 때마다 스테판씨가 떠올리는 단어는 ’미안함’입니다.
“홍콩 시민분들, 비록 저는 홍콩에 없고 여러분들과 같이 싸우지는 못했지만 힘내시길 바라요. 더 단결하고 버텨주세요. 우리가 이기는 그날이 올 거예요. 그때 우리 꼭 다같이 포옹해요.”
스테판씨에게 홍콩은 ‘고향 그 이상’입니다. 한국으로 건너온 뒤 홍콩은 “외롭고 슬퍼질 때마다 떠올리는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그 마음의 안식처가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스테판씨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홍콩의 시민을 향해 띄우는 연대의 메시지입니다.
기획·제작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