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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야생조류서 AI 바이러스 잇따라 발견…방역당국 긴장

등록 2019-10-27 13:26수정 2019-10-28 02:40

10일 천안 봉강천 이후 H5형 AIV 6건 검출
4건은 저병원성 확인…2건 병원성 검사 중
돼지열병도 철원 야생멧돼지서 추가 확진
지난해 10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이 한창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하늘 위로 겨울 철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이 한창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하늘 위로 겨울 철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철원 지역 야생멧돼지에게서 추가로 발생했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경기 안성 청미천 부근에 있던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H5형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AIV)가 검출됐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23일 경북 김천 감천 근처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서도 H5형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 항원이 검출된 바 있다.

H5형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부엔자가 의심되는 유전형으로 추가 정밀검사를 통해 고병원성인지를 판가름하게 된다. 병원성 확인 검사는 분변에서 추출한 바이러스를 다시 실험용 닭에 주사해 증상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확진까지는 3∼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저병원성과 고병원성으로 나뉜다. 이중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는 닭이나 칠면조 등에 감염되면 거의 100% 폐사하는 무서운 질병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보고 의무가 있다고 정한 관리대상 질병이다. 야생조류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감염된 조류의 분변 1g에는 10만∼100만마리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산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야생철새의 이동에 따라 먼 지역까지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 조류 분변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충남 아산 곡교천(15일), 충북 청주 무심천·보강천(16일), 충남 천안 병천천 등에서도 H5형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천안 봉강천과 아산 곡교천, 청주 무심천·보강천의 야생 조류 분변에서 발견된 4건의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저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천안 병천천의 야생 조류 분변은 27일 재검사 결과 조류인플루엔자 음성으로 판명됐다. 김천과 안성에서 검출된 2건의 바이러스에 대한 병원성 검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조류인플루엔자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라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점의 반경 10㎞ 안의 야생조류 분변과 폐사체에 대한 예찰을 강화했다.

한편 야생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로 발생했다. 환경부는 지난 25일 밤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죽대리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던 죽은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가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인근 군부대는 지난 16일 지뢰지대 안에 있는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확인했다. 군은 지뢰를 피하기 위한 안전 조처를 한 뒤 24일 오후에 폐사체 발견 신고를 했고, 국립환경과학원의 현장대응반이 그날 현장에 나가 시료를 채취했다. 철원 원남면에서만 6번째이고, 국내에서는 15번째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이번 폐사체는 지난번 감염·위험지역에 설치한 1차 차단망(90㎝ 높이 전기 철조망) 안에서 발견됐다”며 “해당 군부대에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주변을 집중적으로 야생멧돼지 폐사체를 수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이 참여한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긴급대책에는 경기 파주에서 강원 고성까지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막는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과 경기 포천·양주·동두천·고양과 강원 화천 등 5개 완충지역에서 야생멧돼지 총기포획를 시작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인 인천 강화, 경기 파주·김포·연천, 강원 철원에서도 야생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2차 울타리 설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한적인 총기포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발생지역과 완충지역에서의 총기포획은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돼 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잠복기 종료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멧돼지가 많이 이동하는 번식기에 앞서 개체 수를 줄이고, 농가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전략적 총기포획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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