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오른쪽)이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자유한국당 소속 한 국회의원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국방부 및 군부대 출입기록을 긴급하게 요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2017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에 대한 폭로가 나온 뒤 군인권센터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유한국당 소속의 모 국회의원이 국방부에 임 소장의 국방부 및 군부대 시설 출입기록 5년치를 긴급하게 요구했다는 복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가 말한 출입기록에는 출입 일자와 출입부대 및 부서, 방문 대상자의 계급과 성명, 방문 사유 등이 포함됐다.
군인권센터는 한국당 의원의 이같은 자료 제출 요구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을 위축시키려고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한국당 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합법적인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의정 활동이라는 미명 하에 국회의원의 권력을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고유한 활동영역을 존중해야 하고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의원은 이런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며 “사찰에 가까운 자료 제출 요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의원의 요구는 군인권센터가 ‘2017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의 원본을 폭로하고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무사의 계엄령 선포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인 지난 25일 오전 국방부를 통해 각 군부대로 하달됐고, 국방부는 당일 저녁 6시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계엄령 문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의 활동을 흠집 내고 공익제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개별 의원이 한 의정 활동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따로 파악하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의원실에서는 “다음달 1일 예정된 청와대 국정감사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2017년 촛불 정국 당시 기무사 내란 음모와 관련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공개하고,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대표의 사전 인지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이종명 한국당 의원이 <조선일보>를 통해 “군인권센터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원본이 아닌 재가공 자료”라고 주장하자 “이 의원의 주장은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