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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제추행·치료방치·투약사고…“춘천시립 노숙인시설 인권침해 심각”

등록 2019-10-29 12:07수정 2019-10-29 21:16

인권위 “복지원, 식품위생법·장애인복지법 등 위반
존엄할 권리·신체의 자유·자기결정권 등 침해”

“인력 기준 강화, 행정조처” 복지부 장관·춘천시장에 권고
춘천시립복지원 누리집 갈무리.
춘천시립복지원 누리집 갈무리.

강원 춘천시가 설립해 관리·감독하는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강제추행과 치료방치, 투약사고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강원도 춘천시립복지원 입소 생활인 ㄱ씨는 복지원에서 치료소홀, 투약사고, 급식사고 등 종사자들의 부적절한 업무수행으로 입소 생활인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복지원은 생활인들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 ㄱ씨는 2012년 3월께 발등에 생긴 종양에 대한 문의를 복지원 쪽에 한 뒤, 7년이 지난 2019년 4월에야 종양 제거수술을 할 수 있었다. 생활인 ㄴ씨도 지난해 2월께 의사로부터 엉덩이에 혹을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하기로 했지만, 수술이 한 차례 연기된 뒤 1년이 지난 5월이 돼서야 제거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야간 당직자가 다른 생활인의 약물을 엉뚱한 사람에게 투약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로 인해 잘못 약을 투약받은 생활인 ㄷ씨는 실변을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했고, 그래도 37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자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 폐렴 진단을 받았다. 또한 조리실 바닥에 쏟아진 떡볶이를 버리지 않고 생활인들에게 제공하거나 외부음식점에서 조리된 음식물을 먹은 생활인들이 설사 증세를 보였지만, 이후 관할 관청에 신고하는 등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생활인 간 성추행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 조처도 미흡했다. 복지원은 지난 8월 중증 지적장애 남성 생활인 ㄹ씨가 중증 정신장애 여성 생활인 ㅁ씨를 강제추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복지원은 두 사람을 분리한다는 목적으로 ㄹ씨를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도록 안내했지만, 약 두 달 뒤 다시 두 사람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게 했다.

생활인들이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사례도 확인됐다. 복지원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약물을 복용한 ㄷ씨는 신체를 가누지 못하고 의식이 혼돈한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인권위는 당시 본인이 입원 여부 등을 결정하고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태에서 매우 정돈된 글씨로 입원신청서에 서명이 돼 있는 것을 볼 때, 서명을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정신장애인인 3명의 생활인 역시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자의 입원 형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된 점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에 복지원이 식품위생법과 장애인복지법,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으며, 입소 생활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노숙인이 개인의 상태와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에 입소·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노숙인복지시설의 인력 기준을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어 춘천시장에 복지원의 법률 위반에 따른 행정조처,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생활인들의 입·퇴원 현황과 의사결정능력 등을 재검토한 퇴원 조처를 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퇴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복지원장에는 근무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 종사자와 생활인들을 대상으로 특별인권교육과 성교육 등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ㄹ씨를 ㅁ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보람 인권위 강원인권사무소 조사팀장은 “해당 복지원은 장애인과 정신질환을 가진 고연령 생활인이 많았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세심한 신경이 필요했다”며 “유사한 사회복지시설과 견줘볼 때 노숙인 시설은 종사자 인력 기준이 느슨해 생활인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지난 3월 초 기준, 해당 복지원에서 생활하는 생활인은 68명이었지만, 이들을 돌보는 생활복지사와 생활지도원은 7명에 그쳤다. 이 팀장은 이어 “해당 복지원 입소자의 약 60%가 10년 이상 장기간 체류자였다”며 “생활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는 능력과 역량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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