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지난해 8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최순실(본명 최서원)씨가 30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가 법정에 선 것은 1년 2개월 만이다. 최씨는 유·무죄를 다시 다투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 심리로 최씨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렸다. 검은색 외투를 입고 법정에 등장한 최씨는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에이포(A4)용지 세 장에 자필로 적은 입장문을 5분 동안 읽었다. “이 재판이 제게 마지막 남은 유일한 기회”라고 운을 뗀 최씨는 “저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 무작위로 보도된 수백억원대의 은닉 재산과 페이퍼 컴퍼니는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저는 20년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대통령을 이용해 개인적인 사익을 취한 것도 없다. 하늘에 두고 맹세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작위 압수수색과 마구잡이 수사로 (나라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고 있다. 어린 딸과 손자가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부분적이라도 억울한 부분을 꼭 풀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최씨 쪽은 특가법 위반(뇌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직권남용 혐의까지 다투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한 혐의들에 대해 다시 다투겠다는 것이다. 최순실 쪽 변호인은 “위법행위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부터 됐다. 판결은 그 후에 나왔다. 순서가 거꾸로 됐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가기 위해 뇌물죄를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무원이 아닌 최씨를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려면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가 인정돼야만 한다. 이 부분은 그동안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 쪽은 이날 뇌물로 판단된 말 세 마리를 추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뇌물로 받은 말들을 삼성에 사실상 반환했으니 ‘형을 낮춰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형식상 말의 소유·관리자가 삼성인 만큼 자신에 대한 말 세마리 구입비 추징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승마 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말 세 마리는 현재 삼성전자 승마단이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심 재판에서 징역20년 및 벌금 200억에 더해 말 세 마리 구입비(34억1797만원)를 포함한 추징금(70억5281만원)을 선고 받았다.
최씨 쪽은 파기환송심 증인으로 박 전 대통령과 딸 정유라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손석희 <제이티비씨>(JTBC) 사장 등 4명을 신청했다.
특검과 검찰 쪽은 “대법원 판단은 확정력을 갖는다. 최씨가 낸 상고 이유는 이미 모두 배척됐다. 피고인이 더는 다툴 수 없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다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양형 증인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 신청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법률상 기속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증인 채택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씨와 함께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양형’만 다투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최씨의 다음 재판은 12월18일 열린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