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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회적 부모 돌봄’ 장기요양보험료, 가구당 월 평균 2024원 인상

등록 2019-10-30 22:29수정 2019-10-30 23:34

장기요양위 2020년 보험료율·수가 의결
고령화 따라 수급자 급증 등 재정 빨간불
영세 민간기관 의존 ‘시장 구조’ 개혁 절실
한 요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 요양원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결정짓는 요양보험료율이 내년부터 10.25%로, 올해(8.51%)보다 1.74%포인트 인상된다. 건강보험 가입자 가구가 매달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요양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직장가입자는 회사와 절반씩 부담)으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2020년 전체 가구 월 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1만1273원으로 올해 월 평균 보험료 9069원에 견줘 2204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보건복지부는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어 2020년 보험료율과 노인요양시설(요양원)·방문요양센터 등 전국 3만3천여개 기관에 지급할 급여 수가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2017년 6.55%였던 요양보험료율은 2018년 7.38%, 2019년 8.51%에 이어 연속 3년 인상됐다. 복지부는 “2010~2016년 연평균 수급자 증가율은 9%였으나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4%에 달하는 등 서비스 이용자가 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해 보험료율을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노인요양시설 입소, 가정방문 요양(재가)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움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1~5등급 및 인지지원 등급 판정을 거쳐 수급 여부가 결정되는데, 수급자가 장기요양기관과 이용 계약을 맺으면 건보공단은 이용자 본인부담금(재가형은 비용의 15%, 시설입소형은 20%)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기관에 지불한다. 2020년 급여 수가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평균 2.74% 올랐다. 이에 따라 노인요양시설 하루 이용 비용은 1등급 이용자 기준으로 7만990원으로 책정됐으며 본인부담금(20%)은 하루 1만4198원이다.

이날 장기요양위는 부대 의견 결의문을 통해 장기요양보험 재정 확보, 부당 청구 등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위 위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위원, 복지부,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정책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올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7530억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앞서 2016~2018년에도 3년 연속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쟁여둔 적립금도 급속히 줄어들어 2019년말이면 0.6개월치 급여 지급분만 남게 된다. 장기요양보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가입자 세대가 내는 보험료, 국고 지원금, 이용자 본인부담금 등으로 마련된다. 고령화에 따라 사회적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질 개선 요구가 커지는 현실에선 향후 더 많은 재원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인력·시설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민간 개인사업자도 자유롭게 시장 진입을 허용해 서비스 질 저하와 과도한 경쟁, 부정수급, 열악한 일자리 양산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시장 구조의 전면적 개편 없이 보험료 인상 및 국고 지원 확대는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영세한 민간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장 개편,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등을 통해 ‘더 내는 대신 더 좋은 돌봄’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복지부는 건보공단 조사 인력을 늘려 해마다 지자체와 진행하는 현지조사 대상 장기요양기관을 전체 기관의 5%에서 10%까지 확대하고, 부정수급 기관에 대한 처벌 강화를 뼈대로 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처 외에도, 지난 10년간 비리·노인학대 등을 저질러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장기요양기관을 퇴출하는 구조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나온다. 건보공단이 3년마다 진행하는 정기평가에서 최하위(E) 등급을 반복해 받은 기관들이 있지만 지정 갱신 절차가 도입되는 2025년까지 이러한 기관을 퇴출할 방법은 없다.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뿐 아니라 질 개선을 이끌 공공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5300여개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 시설은 110개에 그친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8년부터 공립 노인요양시설 신축 건축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2018년 54개, 2019년 39개 공립 시설 신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군구가 이러한 시설을 짓기 위해 필요한 전체 비용의 40~60%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공 인프라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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