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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몸이 그냥 거부해요”…학생 47.3% ‘학교 관두고 싶다’

등록 2019-11-01 14:58수정 2019-11-01 19:36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전국 중·고생 2871명 설문조사
법적으로 금지된 체벌 16.5%가 경험
“벌점 받고 선도위 가느니 맞고 끝내는 게 낫다”
시대착오적 두발 규제도 여전
실질적 권리 증진만이 학생 붙잡을 방법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빌딩 레이첼카슨홀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전국교직원노조 등 관계자들이 2019 전국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화빌딩 레이첼카슨홀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전국교직원노조 등 관계자들이 2019 전국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행평가 기간에 한숨도 못 자고 학교에 가는데 아침 7시부터 야자 끝나는 밤 10시까지 교실에 앉아 있을 생각 하니까 정말 학교 관두고 싶더라고요. 소화도 안 되고. 뭐랄까, 몸이 학교를 그냥 거부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ㄱ(16)양은 매일 새벽 6시 눈을 뜰 때마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면 새벽 1시가 넘는 건 다반사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희한하게 입만 열면 “서울 애들은 너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고 말한다.

특히 2주에 한 번 머리 길이가 귀밑 15㎝를 넘진 않는지 두발검사를 하는 날이면 스트레스는 더 치솟는다. 자를 들고 교문 안에 서 있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뺏어 부러뜨려버리고 싶다. ‘오늘은 벌점을 받지 않을지, 선도위원회에 불려가지나 않을지’ 신경줄이 곤두선다. 벌점을 받거나 선도위원회에 가는 것보단 차라리 “몇 대 맞고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면서 대체 머리는 언제 자르라는 건지 생각하면 “갑갑함이 오진다”고 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의 날 90돌을 맞아, 전국 중·고등학생 2871명을 대상으로 한 ‘2019 전국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 2명 가운데 1명은 ‘학교를 관두고 싶다’(매우 그렇다 20.9%, 조금 그렇다 26.4%)고 생각했고, 3명 가운데 1명(35.4%)은 ‘학교 수업이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학교에서의 체벌이 법적으로 전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16.5%는 ‘손발이나 도구를 이용한 체벌’을 경험했고, 교사에 의해 ‘신체적 고통’을 경험했다는 학생은 24.4%에 달했다. 학생 3명 중 2명은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동안 학교에서 직접 당하거나 목격한 인권침해 항목 가운데는 ‘쉬는시간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65.7%로 가장 높았고, 겉옷, 신발 등에 대한 ‘복장 규제’를 경험했단 응답이 65.4% ‘두발규제’라고 답한 학생이 53%였다.

발표회에 참석한 배경내 인권 활동가는 “‘촛불’ 경험 이후 사회 전반으로 민주주의가 퍼져 나갔고 권위적인 문화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는 그 흐름에서 비켜서 있다”며 “학교는 분명 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변화의 움직임은 학생들의 ‘인권 의식’에 견줘 너무 더디고 게으르다”고 비판했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도 “그래도 2년 전 첫 조사에 비해 수치들이 좀 개선된 모습도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인권을 무시하는 학교 풍토의 밑바탕에는 서열화된 대학 입시 제도가 있다. 학생을 통제가 필요한 불안정한 인격체로 여기는 문화가 학생 인권의 확장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럼에도 ‘참정권’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실태조사 응답자의 64.3%가 ‘학생이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등 원하는 정치인을 뽑을 수 있다면 학생 인권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붙잡을 방법은 실질적 권리 증진뿐이란 것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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