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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권언유착’ 그들만의 리그에 들이댄 메스

등록 2019-11-01 19:26수정 2019-11-02 02:31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톱 리그>

일간지 경제부 기자 마쓰오카 나오키(다마야마 데쓰지)가 급작스럽게 정치부 이동을 지시받는다. 경제부와는 전혀 다른 정치부 규칙에 혼란스러워하던 마쓰오카는 고위 관료의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층 기자들의 세계 ‘톱 리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정치인 말을 받아적기만 하는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톱 리그’에 들어가기를 열망하고, 그에게 곧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마쓰오카의 입사 동기였던 사카이 유지(이케우치 히로유키)는 승승장구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주간지에서 일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는 도쿄 미나토구의 한 매립지에서 거액의 돈이 발견되자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홀로 사건을 취재한다.

지난달 초 일본 <와우와우>(WOWOW)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톱 리그>는 정치권의 거대 비리를 추적하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정치 서스펜스 드라마다. 경제지 전문기자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아이바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언론의 속성, 정언유착 등 현실적이고 생생한 배경 묘사가 긴장감을 높인다. 작품은 전후 일본 최악의 비리 스캔들 ‘록히드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1976년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사가 일본에 항공기 판매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정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폭로됐다. 총리를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체포된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게임, 드라마, 소설 속에서 계속 회자할 정도로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 스캔들로 불린다.

<톱 리그>는 ‘록히드 사건’을 연상시키는 항공기제작사 뇌물 비리를 핵심 소재로 삼아, 이 전대미문의 스캔들에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가공된 이야기지만, 현직 총리까지 연루된 음모를 통해 여전히 이어지는 일본 정계의 뿌리 깊은 어둠을 파헤친다. 1981년 깊은 어둠 속에 파묻혔던 금고가 세상에 드러나고 이에 얽힌 음모를 양심적인 기자들이 밝혀낸다는 미스터리 구조 자체는 평범하지만, 기자 출신 원작자의 시선으로 정계와 언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톱 리그>의 인상적인 지점이자 차별점이다.

가령 정치부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마쓰오카의 눈에 비친 풍경, 즉 정보를 얻으려고 정치인과 유착하는 기자의 모습 등은 권력에 대한 고유의 감시 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은폐할 수 없는 거대한 비리는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서로를 이용하고 특권을 눈감아주면서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관행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암담하다. <톱 리그>는 그렇게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을 응시하면서 ‘기자의 구실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두 기자의 모습을 통해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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