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 광주광역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광주지부 회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요양시설(요양원)·방문요양센터 등 노인장기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이용자로부터 지급받는 1년치 비용 가운데 정해진 비율 이상을 요양보호사 등 인건비로 지출해야 하지만, 이들 기관 10곳 가운데 8곳꼴로 이러한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방문요양 서비스 기관은 10곳 가운데 9곳이 법에서 정해진 비율만큼의 인건비에 미달했다.
3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건보공단이 올해 8~9월 요양시설 83곳, 방문요양기관 507곳 등 서비스 유형별 장기요양기관 720곳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건비 지출 비율을 어긴 기관은 557곳(7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요양기관은 507곳 가운데 460곳(90.7%), 요양시설은 83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37곳(44.6%)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올해 기준,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간호사 등 장기요양요원 인건비로 요양시설은 1년치 비용의 60.2%, 방문요양 서비스 기관은 86.4%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으로 2017년 5월 말부터 요양보호사 등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인건비 비율 준수가 의무화됐는데, 해당 규정 준수 여부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조사 대상은 735개 기관이나 9월까지 조사가 끝난 720개 기관 자료만 복지위 의원실에 제출됐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기관들이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인건비 지출 비율을 어겼을 것으로 의심된 735곳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미준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장기요양기관 인건비 비율 준수율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각 기관이 인건비 지급 비율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적정한 임금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대부분 공적 재원에서 충당되는 요양보호사가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9~2021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종합계획’에서 2020년 장기요양요원 직종별 표준인건비 기준을 개발해 적정 임금 수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적정 임금 수준이 현재 수가로 감당되지 않는다면 임금 현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더불어, 영세한 민간 기관이 대다수인 현재 시장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복지부가 수가(관리운영 및 인건비 등 서비스에 필요하다고 책정한 비용)를 계산할 때 활용하는 표준모형에 따르면 시설은 70인, 방문요양은 40인 이용으로 설정돼 있다. 2017년 8월 감사원의 복지부 감사결과를 보면, 2015년말 전체 요양시설의 70%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 평균 정원은 21.3명에 불과했다. 운영 규모가 영세할수록 서비스 제공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수익을 위해 인건비 지급을 줄이는 등 서비스 질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은 “영리 목적의 소규모 개인 시설 중심으로 장기요양기관이 설치되면서 시설 난립과 과당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하락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부실운영 정도 및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장기요양급여 감액 기준을 마련하거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시설에 수가를 더 지급하는 차등수가제 도입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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