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9 나눔꽃 캠페인
‘무통성무한증’ 준서·사랑이네 가족
둘째 사랑이 발목 12번 골절 뼈 두 동강 났는데도 몰라
축구 좋아하는 첫째 준서도 땀 배출 안돼 온몸 펄펄 끓어
‘무통성무한증’ 준서·사랑이네 가족
둘째 사랑이 발목 12번 골절 뼈 두 동강 났는데도 몰라
축구 좋아하는 첫째 준서도 땀 배출 안돼 온몸 펄펄 끓어

지난달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서 만난 이준서·이사랑 남매. 준서와 사랑이는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느낄 수 없는 희귀병 ‘무통성무한증’을 앓고 있다. 잦은 부상으로 뼈가 약해져 현재는 다리가 많이 휘어지고 뼈에 변형이 온 상태다. 신소영 기자

준서의 동생 사랑이도 오빠 준서와 같은 병 ‘무통성무한증’을 안고 태어났다. 사랑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2살 때 이로 몸을 물어뜯어 손톱이 다 뽑힐 지경이었다고 한다. 신소영 기자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고통의 크기는 아이들의 상처 가득한 다리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준서와 사랑이는 다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자주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 사랑이는 3살부터 2년 동안 두 발목만 모두 12번 골절됐다. 5살 때는 집에서 놀다 정강이뼈가 두 동강이 났는데도 하루가 지나 다리가 붓기 전까지 골절된 줄도 몰랐다. 병원에서는 사랑이의 골밀도가 할머니들보다 낮은 수치라고 했다. 잦은 골절로 인해 6살 때까지 사랑이는 유모차 없이 밖에 나갈 수 없었다. 뼈의 모양도 변형됐다. 사랑이는 눈으로만 봐도 오른쪽 무릎이 왼쪽 무릎보다 더 크다. 지난 2월 축구를 하다가 발을 다친 준서의 왼쪽 발등도 심하게 부은 상태다. 뼈가 부러졌다 붙기를 반복하다 보니 그사이에 뼈가 약해지고 변형됐다. 그래서 샌들이나 슬리퍼는 꿈도 못 꾼다. 없는 살림에도 신축성이 좋은 고가의 운동화를 사 신기는 이유다. 한동안 심할 때는 양쪽 발 사이즈가 10㎜ 가까이 차이 나 같은 신발을 서로 다른 사이즈로 2켤레를 사 신기기도 했다. “두 아이 다 다리 찢기가 돼요. 팔도 360도가 다 돌아가서 어떨 땐 무서울 때도 있어요. 불편한 자세로 있어도 그게 아픈 줄 모르니까 앉아만 있다가도 뼈를 다치기도 합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죠.” 5살 때 정강이가 부러져 2주 동안 입원을 했던 사랑이는 퇴원할 때가 돼서 깁스를 교체하다가 발뒤꿈치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욕창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때가 제일 비참했어요. 살이 썩어 들어갈 때까지 어떻게 5살 아이가 모를 수 있었을까요.” 땀이 안 나 느끼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몸에 열이 나면 땀으로 그 열을 배출하지만, 준서와 사랑이는 땀이 나지 않으니 열을 식힐 방법이 없다. 찬물을 끼얹거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5~10분만 뛰어도 눈에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얼굴이 벌게진다고 한다. 더운 여름날 체온을 재면 39도 가까이 오르는 날도 부지기수다. 방 2개에 56㎡(17평) 정도인 집에 선풍기만 4대다. 학교에 갈 때 휴대용 선풍기와 찬물 한병은 아이들의 필수품이다. 무더운 날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랑이에게 찬물을 아무리 끼얹어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사랑이는 엄마를 향해 “엄마 나는 속에서 불이 나”라고 말한다고 한다. 황씨는 이럴 때 ‘고통 없는 고통’을 온몸으로 느낀다.

희귀병 ‘무통성무한증’을 앓는 사랑이는 어린 시절 양쪽 발목만 골절이 12번 됐다. 잦은 골절로 인해 뼈가 변형된 사랑이의 발 모습. 신소영 기자
빠듯한 살림에 심리 및 인지치료 비용까지 결국 병은 준서네 가족 전체를 방 안에 가뒀다. 황씨는 아이들이 다칠세라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황씨는 결혼 뒤 간호대학에 다녔는데, 아이들의 병을 안 뒤로부터는 학교도 그만뒀다. 식자재 운반업을 하는 아버지 이광호(45)씨가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해 지난달 받은 월급은 205만원. 오후 1시에 출근해 새벽 1시에 퇴근할 때까지 주로 밤에 운전하다 보니 시력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씨는 양쪽 눈 모두 백내장 수술을 한 상황이다. 그러다 최근 눈에 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가니 망막이 찢어졌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9월30일 찢어진 망막을 붙이는 수술을 했다. 그런 상태에서 주말에라도 쉬면 좋으련만 이씨는 평일보다 1.5배 더 많은 휴일수당을 포기할 수 없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간다. 아이들의 병원비, 집 보증금 245만원, 생활비 등 때문에 진 빚만 16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한달 생활비는 이씨의 월급보다 훨씬 많은 300만원. 이렇다 보니 카드 세개로 돌려막아 가며 간신히 생활한다. 카드빚을 못 갚아 신용등급이 10등급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 20만원이 넘는 공과금이 밀려 가스나 전기가 끊긴다는 독촉장을 받은 것도 여러번이다. 그런데 더 큰 돈은 이제부터다. 얼마 전 각각 지적장애 3급과 경계성 지능장애 판정을 받은 사랑이와 준서가 앞으로 심리·인지치료를 받으려면 한달에 100만원 가까이 돈이 든다고 한다. 보통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은 고열로 인한 뇌세포 손상으로 지적장애를 겪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사랑이는 아직 덧셈, 뺄셈을 하기 힘들어하는 정도라고 한다. 지역상담센터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놀이치료를 받는 두 아이는 지난달 말 대학병원에서 조금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목돈을 들여가며 치료해야 하지만 관련 지원은 없다. “너무 희귀한 병이잖아요. 그동안 발견 못 했던 증상들이 아이들이 커가면서 계속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황씨가 한숨을 쉬었다. 준서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는 준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허락된 주말 오후 2시간 동안 유튜브로 손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골절과 뼈의 변형이 우려돼 부모는 걱정이 많지만 공을 좋아하고,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준서에게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질 것이란 생각에 부모는 준서의 꿈을 응원한다고 했다. “축구를 하고 돌아와 열이 오르면 찬물을 끼얹어주고, 다시 나가서 축구를 하고. 그렇게 반복을 해서라도 준서가 즐거워하는 일을 계속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사랑이는 3주 전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랑이는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걸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준서 가족의 꿈은 ‘가족 여행을 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그 흔한 동물원 한번 안 데리고 간 게 부모는 그렇게 미안하다. 이 가족의 ‘여행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캠페인 참여
준서·사랑이 가족에게 도움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농협 069-01-271347, 예금주: 굿네이버스 인터네셔날) 입금자 성함 옆에 ‘나눔꽃’을 적어주세요.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굿네이버스(1544-7944)로 문의해주세요. 네이버 해피빈에서도 후원이 가능합니다. 모금에 참여한 뒤 굿네이버스로 연락해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목표 모금액은 1천만원입니다. 후원금은 준서의 의료비와 주거환경 개선비, 생계비로 사용되고, 1천만원 이상 모이면 준서·사랑이네 가족처럼 어려운 가정에 지원됩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나연(가명)이의 사연(▶관련 기사 : 생명선에 의지한 희귀병 나연이, 17살 몸무게는 고작 15㎏)이 소개된 뒤 목표액 2000만원을 넘긴 총 3186만3220원(11월4일 기준)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일시후원계좌를 통해 후원해주신 229명과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후원의 손길을 전달한 298명의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후원금은 나연이의 척추수술비와 의료기기 구입, 가족의 생활안정지원에 쓰이며, 목표액을 넘어선 후원금은 나연이네 가족처럼 사연이 어려운 다른 위기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연재한겨레 나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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