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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홍콩 대학생 죽음 보며 ‘이한열’ 떠올렸다”

등록 2019-11-12 17:06수정 2019-11-13 09:00

홍콩시위 최전선 민간인권전선 라이얀호 부의장 방한 간담회
“홍콩 시위는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닮았다”
라이얀호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나눔문화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방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이얀호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나눔문화 라 카페 갤러리에서 방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한국에 온 지난 8일, 홍콩에선 민주화 시위 도중 추락한 과기대생 차우츠록(22)이 끝내 숨졌다. 간담회를 한 11일에는 시위 도중 한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복부 오른쪽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차우즈록의 죽음을 보며 많은 홍콩인들이 한국의 ‘이한열’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사실 이렇게 비슷합니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할테니, 계속 서로 지지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라이얀호(31)는 잇따른 비극적 소식을 전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반송중(중국송환 반대)에서 시작해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한 홍콩시위가 8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시위의 최전선에 있는 홍콩 민간인권전선의 라이 부의장이 방한했다. 그는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의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홍콩 시위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고, 한국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홍콩 경찰이 11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위 참가자의 가슴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큐피드 뉴스> 갈무리. AFP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1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위 참가자의 가슴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큐피드 뉴스> 갈무리. AFP 연합뉴스
라이 부의장은 홍콩 시위가 세 가지 역사에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홍콩에서는 이번 시위를 권력을 거스른다는 뜻을 가진 ‘역권’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 <1987>에도 모두 ‘역권’이라는 제목을 붙였죠. 이번 시위도 한국의 1980년대 운동과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두 번째는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난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다. “저는 1988년생인데, 부모님들이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민주와 자유의 소중함, 그리고 민주와 자유를 위해 향해 싸우다 죽는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마지막은 2003년 홍콩에서 국가에 대한 반역·선동·전복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안전법이 입법되면서 일어난 반대 운동이다. “지난 6월9일 100만명 시위 때도 2003년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 손들어보라 했더니 많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이어지는 운동이 있었던 겁니다.”

라이 부의장 개인적으로는 한국 농민들의 투쟁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05년 한국의 농민들이 홍콩에 와서 3보1배 등을 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투쟁을 한 것을 봤습니다. 평화적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힘들게 자기 호소를 하는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홍콩에서도 고통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어내는 방법을 썼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가지 어두운 면을 통해 시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라이 부의장은 “최루탄과 실탄, 물대포차 등과 곤봉으로 머리를 때리는 무력 등으로 억압하고, 르완다 학살 때처럼 시위대를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비인간화하고 있으며, 3명 이상이 모여서 공중질서 파괴한다고 경찰이 판단하면 경찰에 무제한 권력을 주는 제도적 폭력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은 홍콩 시위가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라이 부의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금 시위를 멈추면 경찰의 폭력을 인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 5가지 요구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송환법 철회’를 제외하고는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 그는 “홍콩은 중국에서 독립하길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중국에 반환될 때 만든 기본법에 행정장관과 의회를 모두 직선으로 뽑는다는 걸 나중에 실현한다는 내용이 있다. 홍콩인들은 법에 보장된 직선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부의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홍콩 시위에 대한 연대 움직임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홍콩을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하다. 홍콩 대학생 간 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며 “홍콩은 계엄 상태가 아니고 공항도 움직이고 있다. 단지 최루탄이 좀 있을 뿐이니, 최루탄에 습관이 됐을(웃음) 한국인들이 많이 오신다면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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