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그룹의 공연표를 사들여 많게는 10배 넘는 값에 되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방탄소년단(BTS)·워너원 등 아이돌그룹의 공연 표를 대규모로 사들여 3년여간 총 9137장의 암표를 판매한 혐의(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암표 판매 조직원 22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속된 이들은 총책인 ㄱ(29)씨와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자 ㄴ(29)씨다. 법적 처벌규정이 없는 온라인 암표상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처럼 경찰이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들은 총책 ㄱ씨를 중심으로 매크로 제작자, 티켓 운반책 등으로 구실을 분담하고 다른 사람 아이디 2천여개를 차용해 티켓을 빠르게 확보한 뒤 이를 비싸게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 유명 아이돌그룹 공연표의 경우 정가(13만원)의 10배가 넘는 150만원에 되판 경우도 있었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팬미팅 등 돈이 되는 행사는 모두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 조직이 거둔 수익은 7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국내 팬뿐 아니라 한국을 찾은 외국 팬에게도 암표를 비싸게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합동 온라인 암표 대응 체계’를 구축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암표 근절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콘서트의 경우 내년 1월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예술 종합정보시스템에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하고, 프로야구 등의 경우 내년 3월부터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온라인 암표신고센터’(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문체부는 암표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경찰은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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