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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수와 학생들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한신대에선 무슨 일이

등록 2019-11-14 17:56수정 2019-11-16 18:45

연규홍 총장 취임 때 했던 ‘신임평가’ 약속 두 차례 번복
학생과 교수들, 학교에 “선거개입 중단하고 신임평가 약속 지키라” 요구
지난 5월8일 열린 한신대 학생총회 모습. 당시 학생총회를 통해 학생들은 4자협의회에 보낼 학생대표를 선출했다.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5월8일 열린 한신대 학생총회 모습. 당시 학생총회를 통해 학생들은 4자협의회에 보낼 학생대표를 선출했다.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14일 오전 경기 오산시 한신대학교 본관 앞. 비닐 천막 안에서 이 학교 민중신학회 회장 이아무개씨 등 학생 9명과 교수 1명이 지난 11일부터 나흘째 물과 소금, 효소만 먹으며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함께 단식 중이던 또 다른 이아무개씨는 저혈당 쇼크가 와서 이날 오후 급히 단식을 멈췄다. 이들은 학교 쪽에 △징계 철회 △선거개입 반대 △총장 신임평가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단식 투쟁이 일어난 건 올해만 세 번째. 1970년대부터 민주화에 헌신한 공을 기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느 대학보다 위대한 대학”이라고 불렸던 한신대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1월, 연규홍 신임 총장이 취임했다. 당시 교수와 학생, 학교와 직원 등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4자협의회’에서 직선제 성격의 총장 선출 방식에 합의했지만, 이사회는 간선제로 연 총장 선임을 강행했다. 당시 합의된 직선제 성격의 총장 선출 방식은 교수와 학생, 직원들의 투표로 상위 2명의 후보를 선출한 뒤, 두 후보의 투표 결과를 명시한 명단에서 이사회가 한 명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2010년 한신대 ‘학술진흥 및 연구윤리위원회’가 연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 33명이 자퇴 의사를 밝혔고, 재적 학생 4769명 가운데 2099명(44%)이 참여한 총장 신임 투표에서 1910명(92.7%)이 불신임 의견을 냈다. 거센 반발에 놀란 연 총장은 같은달 20일 총학생회와 ‘임기 안에 4자협의회가 결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신임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른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협약은 2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신대 쪽은 이에 대해 “한신대 역사상 4자협의회가 총장 직선제에 합의한 적은 없고, 연 총장 석사 학위논문도 ‘통상적인 시효를 고려해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의하고 사안이 종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0년 12월17일 한신대 ‘학술진흥 및 연구윤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신대 쪽 해명을 전제로 하면서도 “윤리적 책임을 물어 향후 3년간 교내 연구비 일체 지원을 중지하기로 하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14일 한신대 학생 9명과 교수 1명은 본관 앞 천막에서 나흘째 단식과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단식 중이던 학생 이아무개씨는 저혈당 쇼크가 와서 이날 단식을 멈췄다.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14일 한신대 학생 9명과 교수 1명은 본관 앞 천막에서 나흘째 단식과 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단식 중이던 학생 이아무개씨는 저혈당 쇼크가 와서 이날 단식을 멈췄다. 한신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학생과 직원 노조 쪽 복수의 관계자는 학교가 두 번이나 약속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학교 쪽이 4자협의회와의 합의를 통해 석달 뒤 총장 신임평가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유두영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신대학교지부 부지부장은 “학교가 합의를 해놓고 나중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신대 관계자는 “그 어떤 회의에서도 석달 뒤에 총장 신임평가를 실시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건수 당시 총학생회 복지국장이 지난해 9월 만우관 옥상에 올라가 18일 동안 단식하고 삭발까지 했다. 그러자 학교 쪽은 다시 올해 5~6월 중에 총장 신임평가를 받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약속 파기에 대해 학교 쪽은 총학생회의 대표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11월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졌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지난 5월8일 학생 800여명이 참석한 학생총회를 열고 92.3%의 지지를 바탕으로 4자협의회에 참여할 학생 대표를 결정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여전히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건우 비대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5명이 12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한 까닭이다. 학교 쪽은 “총장이나 대학본부가 약속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총학생회장단 부재로 인해 적법한 4자협의회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비대위는 학생 직접 선거에 의한 권한 위임이 아니므로 정치적 대표성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밝혔다.

게다가 학교 쪽은 지난 11일 학생 30여명이 9월 말부터 한 주 동안 본관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주 유기정학’ 징계 처분을 했다. 학생들은 징계 대상자 가운데 이의석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학교 쪽이 총학 선거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식 중인 이 민중신학회장은 “다음에도 총학생회 대표성을 문제 삼아 신임평가 자체를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본관 무단점거라는 불법 행위에 대한 교육적 지도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물은 것일 뿐 선거개입이 아니다”라며 “징계받은 선관위원장 대신 다른 사람이 선거를 진행하면 다음 총학생회장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에는 우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배고프면 응급실 실려 가면 되니까요.” 단식 중인 이씨는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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