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우리공화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참여한 의원 40명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에 명시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40명은 지난 12일 인권위법 제2조(정의)의 3항에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내용을 규정하는 근거에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6항으로 ‘성별이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서 “‘성적 지향’의 대표적 사유인 동성애가 법률로 적극 보호돼 사회 각 분야에서 동성애가 옹호 조장됐다”며 “반면 동성애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건전한 비판 내지 반대 행위 일체가 오히려 차별로 간주돼 엄격히 금지됐다.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 종교 표현 학문의 자유가 현행법 ‘성적 지향’과 충돌하는 등 법질서가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 발의에는 강효상·김진태 등 자유한국당 의원 32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이개호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민주평화당
황주홍, 조배숙 의원, 우리공화당
조원진, 홍문종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등 보수 성향 개신교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쪽은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목사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꾸준히 ‘성적 지향’ 삭제를 설득했다. 서명은 40명만 했지만 취지에 동의한 국회의원 수는 더 많다”며 “최근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가 계속 제정돼 문제가 됐다. ‘성적 지향’이 들어가 있는 인권위법이 모법이라 지역에서 더 큰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설교권조차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본부 쪽은 이어 “동성애자들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통 시민 정서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기독교 가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개신교 90%가 보수적 교회라 이 입장에 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개신교계는 ‘성적 지향’ 삭제 개정에 찬성하는 22만명 서명을 받아 2016년 4월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이 발의돼 14일 국회입법예고 누리집에 ‘진행중 입법예고’ 게시물이 올라오자, 15일 오후 4시30분까지 모두 3300여건의 개정안 관련 찬반 의견이 게재됐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성적 지향’은 인권위법 조문에 있어야 한다”며 “(해당 발의는) 우리 사회의 발걸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또한 “(‘성별 정의’ 조항을 만들어) 다른 성별을 가진 성소수자들과 트랜스젠더 등을 지우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혐오에 동조하고 조장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해당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위법에서 ‘성적 지향’을 뺀다는 건 사회가 성적 지향에 대해서 비합리적인 근거로 차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성별에 대한 정의를 남녀에 한정해 넣는 것도 성별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에 반한다. 다른 입법 발의와 다르게 종교적인 가치관을 법의 형태로 담아내는 건 엄격히 보면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한 헌법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 한국은 신정국가나 정교일치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하는 이번 법률 개정안 발의 참여 의원
자유한국당 : 안상수, 성일종, 김상훈, 이명수, 강효상, 민경욱, 윤종필, 이학재, 윤상직, 박덕흠, 윤상현, 주광덕, 송언석, 김진태, 정갑윤, 염동열, 박맹우, 홍문표, 이종명, 김성태, 이만희, 정유섭, 윤재옥, 김태흠, 정점식, 박명재, 김영우, 함진규, 강석호, 정우택, 장석춘, 이헌승 등 32명
더불어민주당 : 서삼석, 이개호 등 2명
바른미래당 :
이동섭 등 1명
민주평화당 :
황주홍, 조배숙 등 2명
우리공화당 : 조원진, 홍문종 등 2명
무소속 : 김경진 등 1명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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