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억대 금품과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행 의혹에 연루된 건설업자 윤중천(58)씨가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기 및 알선수재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으나, 김 전 차관과의 유착을 드러내는 핵심 사안인 성폭행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강간 치상 및 사기, 공갈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5년 6개월 및 추징금 14억8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개발 사업에서 인·허가권자와의 인맥을 얻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원주 별장에서 파티를 하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친분을 얻기 위해 성을 접대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2013년 당시 적절하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피고인은 적정한 죄목으로 형사법정에 섰을 것이다. 피고인의 성폭력 범죄 등은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해서 ‘김학의 원주 별장 성접대’ 사건의 양형을 정하는 데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6∼2007년 윤씨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이아무개씨를 원주 별장 등에서 3차례 성폭행한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특수강간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됐지만, 윤씨 사건은 법 개정 전에 발생해 바뀐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검찰은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2008년 우울증, 2013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며 ‘상해’ 발생 시점부터 시효를 계산하면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당시 강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고, 강간에 의한 상해라 해도 그 발생 시점이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인지 알 수 없다”며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면소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2007년 11월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가 이씨를 함께 강간한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윤씨 사건에서는 김 전 차관이 윤씨의 강간 범행에 ‘이용’됐다고 보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에서는 윤씨가 성접대를 ‘뇌물’로 제공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윤씨 자신은 강간을 저지르면서 김 전 차관에게는 뇌물로 성접대를 제공했다고 하는 (검찰) 설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내연관계에 있던 권아무개씨로부터 사업 목적 등으로 7개월 간 21억을 지급받은 혐의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씨는 원주 별장을 매각해 채무를 변제할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부동산 개발 분양 시행사업을 하는 윤씨에게 원주 별장은 사업을 위한 과시용으로 필수적이었다. 현재까지 윤씨가 원주 별장의 관리 처분권을 가진 것을 보면 변제 의사 없이 권씨의 돈을 융통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외제차 리스 대금을 편취하거나 지인 사건 무마를 검찰 간부에게 청탁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2013년 3월 ‘별장 동영상’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그해 7월 윤씨와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들의 성범죄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윤씨에 대해서만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수사 대상’으로 권고했다. 지난 3월 발족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수사에 돌입했고, 이들을 수차례 소환조사한 끝에 지난 6월4일 구속기소했다.
윤씨 등에게 1억8천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접대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선고 기일은 이달 22일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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