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 차이로 변리사 시험에 불합격한 수험생이 자신의 답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수험생의 주장을 인정한 법원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변리사 시험 응시자 ㄱ씨가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2월16일 열린 제56차 변리사시험 1차 시험에 불합격했다. 1차 시험 합격선은 평균 77.5점이었고, ㄱ씨는 한 문제 점수 정도의 차이로 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민법개론 과목에서 에이(A)형 33번(비형 32번)에서 최종정답으로 발표된 4번이 아닌 1번을 선택했다. 공단은 이를 오답으로 처리했지만 ㄱ씨는 1번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3번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면 그는 합격권 안에 들 수 있었다.
ㄱ씨가 이의를 제기한 33번은 ‘민법 제 565조 해약금 규정에 의해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을 택하는 문제였다. ㄱ씨는 자신이 선택한 1번 답안도 2008년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 정답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은 2015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1번 답안은 옳은 기술로 보인다며 ㄱ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판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제시하며 ㄱ씨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ㄱ씨가 제시한 2008년 판례를 따르면 1번 답안에도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단이 인용한) 2015년 판례는 앞선 2008년 판결 내용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2008년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고 있다”며 “1번 답항은 확립된 판례의 법리에 어긋나므로 평균적인 수험생들이 정답선택을 하는 데 장애를 주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단이 정답으로 인정한 4번 외에 1번도 정답으로 채점해야 하므로, ㄱ씨는 이 문제를 맞춘 것으로 인정된다. 이 점수를 더하면 ㄱ씨 총점은 합격기준점을 넘으므로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이번 변리사 1차 시험에는 2908명이 응시해 614명이 합격했으며 이들 중 203명이 최종합격했다. 33번 문항의 복수정답 인정이 확정되면 그에 따른 추가 합격자 수용 여부 및 기준도 공단이 다시 정해야 한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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