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수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공개금지 규정)이 독소 조항에 대한 수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검찰 수사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는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회와 한국기자협회, 법조출입기자단 등의 개선 의견이 있어,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며 새 공개금지 규정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외에도 ‘포토라인 설치 금지’ 규정을 ‘설치 제한’으로 바꾸는 등 총 3개 조항 4개 조문을 수정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규정 제정안을 공개했는데, 검사 명예를 침해한 오보를 쓴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금지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다. 오보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규정 취지와 달리 검사를 보호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오보 기자 출입금지 규정은 삭제했지만, 독소 조항으로 지적된 다른 주요 규정들은 그대로 유지했다. 기자협회와 법조출입기자단 등은 오보기자 출입 제한 규정 외에 검사 접촉 금지 규정, 구두브리핑 금지 규정 등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검찰 수사 감시 기능 등을 축소할 수 있다며 법무부에 수정 혹은 폐지를 요구했다.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개별 접촉이 금지되고 사건에 대한 서면브리핑만 허용될 경우, 검찰이 원하는 정보만 제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이 주로 재벌이나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등 이른바 권력층 비리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새 규정이 기자들의 손을 묶어 권력층 비리를 비호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규정 제정의 시점과 속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때인 지난해 규정 제정을 시작했지만 속도를 내지 않다가 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부쩍 속도를 높였다. 제정 과정에 관여한 한 법조계 인사는 “해당 규정 제정을 서두르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보도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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