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천경득(46)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이인걸(46) 전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선임행정관)에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선임행정관은 유 전 부시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검찰의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천 선임행정관이 자신의 인사 청탁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 전 특감반장에게 감찰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특감반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 선임행정관이 2017년 말 이 전 특감반장에게 ‘피아 구분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천 선임행정관이 이 전 반장을 따로 만나 이런 취지의 말을 하며 감찰이 진행돼선 안 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는 것이다.
특감반은 2017년 10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에 돌입해, 그의 스마트폰을 포렌식 조사하고 대면조사를 3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두 달 만인 12월 갑자기 감찰이 중단됐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지시로 중단됐다고 진술한 반면 조 전 수석은 비서관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감찰이 중단된 뒤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고 떠났지만, 이후 더불어민주당 몫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 27일 수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천 선임행정관은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유 전 부시장을 통해 금융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수의 특감반원은 ‘천 선임행정관이 유 전 국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실제 그가 추천한 인사가 금융위 고위직에 임명됐다고 한다.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특감반 감찰이 계속 진행돼 징계나 수사로 이어져 본인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천 선임행정관이 조 전 수석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조 전 수석은 감찰 중단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천 선임행정관은 변호사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문재인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운영팀장을 지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비서실을 거쳤고, 2017년 대선 캠프에서 문 대통령 후원회 대표로 활동했다. 이후 청와대 내 인사 분야를 담당하면서, 인선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들이 행정관을 데려올 때 천 선임행정관이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천 선임행정관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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