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퇴직한 법관의 공직 취임을 지양하고, 법관 징계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해야 한다는 등의 안건의 의결됐다. 상고심 제도 개선과 경력대등부 실시 등 사법행정 전반에 대한 안건도 심도 깊게 논의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오재성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2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110여명의 법관 대표가 모인 가운데 발의된 의안에 관한 결정을 이어갔다. 각급 판사들이 모여 법관 독립과 사법행정 사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처음 상설화된 뒤 두번째 해를 맞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관의 공직 취임 및 법관징계위원회 개선안 등 다섯 가지 사안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회의 첫 안건은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가 발의한 퇴직법관의 공무담임 제한 및 징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관이 퇴직 직후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공직에 취임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결의했다. 앞선 2017년 김형연 전 법제처장이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한 뒤 바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취임했다.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지난해 12월 법원을 관둔 뒤 약 3개월만에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돼 사법부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법관징계 제도 개선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법관징계 절차의 객관성을 제고하고 사법행정권으로부터의 법관과 재판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관 징계위원회 구성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법관징계위원 명단의 공개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아래 설치된 법관징계위원회는 위원들 명단은 물론 징계 처분 과정이 모두 비공개 대상이라 ‘깜깜이 징계’라는 비판에 부딪치곤 했다. 지난해 사법농단 사태로 법관 징계 와 탄핵 목소리가 높았을 때에는 대법원의 지지부진한 징계청구와 낮은 처벌 수위가 문제되기도 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 대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구체적인 참여 방안은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징계위원회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재판과 관련된 사법행정 분야 안건도 다뤘다. “대법원의 상고심 충실화를 위해 상고허가제 도입이나 대법관 증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상고심을 법률심으로 충실히 운영하고, 상고심 개선과 동시에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는 요지다. 그 밖에도 각급 1심 법원에 경력대등부 설치를 확대하고, 신속한 심리를 위해 1심 단독재판을 확대할 필요성도 밝혔다. 더불어 사건의 복잡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한 합의재판의 기준과 범위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