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정보를 사건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에게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검사에 대해 법원이 일부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부장판사는 공무상기밀누설 및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춘천지검 최아무개 검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 검사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조아무개씨에게 개인정보가 담긴 수사 자료를 직접 또는 수사관을 통해 세 차례 가량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최 검사가 조씨에게 수사 보고서 등을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나온 조씨의 진술 등을 봐도 최 검사가 직무상 비밀이나 금융거래정보, 개인정보가 담긴 수사서류를 (조씨에게) 주도록 지시하거나 스스로 넘겨줬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 검사가 자료를 유출했다는 조씨의 진술은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최 검사 지휘 아래 있는 박 수사관이 조씨에게 자료를 유출한 행위에 대한 책임도 최 검사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관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가 있지만, 수사관의 모든 행동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최 검사의 공용서류손상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최 검사는 당시 검찰이 조씨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발견한 조씨의 진술조서를 박 수사관을 시켜 빼돌린 뒤 파쇄한 혐의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박씨가 여러 차례 최 검사의 동의를 구하고, 의사를 물은 뒤 진술조서 출력본을 파쇄했다고 말해왔다”며 최 검사의 승낙 하에 파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최 검사의 비위 행위는 비행장 소음 피해배상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최인호 변호사의 검찰 로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최 변호사는 비행장 사건을 맡아 승소한 뒤 배상금 일부를 가로챈 혐의로 집행유예형 및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검찰 및 정관계 등 고위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서울고검에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이 사건을 수사했지만 로비 대상자 등에 대한 윗선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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