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0년 이상의 형량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선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에게 특검은 “양형에 의해 추구되어야 할 가치는 정의와 평등”이라며 중형 선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6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 5명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세 번째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 및 형량의 가중·감경 사유를 고려해 “징역 10년 8개월∼16년 5개월 사이의 형량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날은 양형 판단을 위한 특검과 변호인 의견을 듣는 기일로, 특검의 정식 구형은 아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양형과 뇌물 공여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의 양형을 비교하기도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 직원이 10억을 횡령한 사건에서 징역 4년이 나왔는데,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횡령 금액만 보면 70억원 차이가 나는에 형량 차이는 1년밖에 나지 않는다”며 “(이 부회장 형량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권을 누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법원의 양형 기준을 자체 분석한 특검은 “전체 혐의에서 이 부회장의 양형 가중요소는 11개이고 감경 사유는 4개 정도”라며 징역 10년형 이상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부회장 쪽이 정유라씨에게 사준 말 3마리 구입대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등을 뇌물이라고 최종 판단하면서, 그에게 적용된 뇌물액수는 86억 가량으로 늘었다. 이 뇌물액은 삼성의 법인 자금으로, 이 부회장의 ‘횡령’ 액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 쪽은 “국정농단은 대통령과 최서원씨가 시작하고, 기업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였을 뿐”이라며 이 부회장은 ‘수동적으로’ 대통령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롯데와 에스케이(SK) 그룹 등의 케이스포츠재단 지원경위를 보면 다른 기업과 비교해 삼성의 가벌성(어떤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정도)을 더 낮게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과의 2차 면담에서 삼성만 매우 강한 질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더 수동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 쪽이 신청한 씨제이(CJ) 그룹의 손경식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 쪽은 “기업들은 아무래도 청와대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을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증명하기 위해 손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특검 또한 “삼성과 씨제이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손 회장을 증인신문하기로 결정했다.
특검은 지난 기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의혹 수사 자료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지만 이 부회장 쪽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유보됐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통해 그룹 승계 작업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 부회장 쪽은 “본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특검 의견을 다시 들어본 뒤 최종적인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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