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 회원과 어르신들이 기초생활수급 노인 기초연금 박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초연금을 받았다 뺏기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매달 10만원을 지급하려던 방안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무산됐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생계급여 수급 노인 37만명(시설 생활자 제외)에게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3651억원이 반영되지 않았다.
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겐, 소득 하위 70%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이 ‘그림의 떡’이다. 매달 생계급여 기준선(1인 가구 51만2102원)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만큼을 생계급여로 받는데, 기초연금 역시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 가령 기초연금으로 25만원을 받아도, 이 부분이 소득으로 인정돼 다음달 생계급여를 25만원 덜 받게 돼, 기초연금을 받는 효과가 사라진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0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란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국회 보건복지위 예산결산소위에서 37만명을 지원하는 안을 통과시켰으나,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이 안도 예산결산특별위로 넘기지 못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부대 의견이라도 최종 예산안에 첨부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보건복지위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 42만명에게 매달 10만원을 지원하자며 4102억원 증액 의견을 냈지만 예결특위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예산안 통과로 내년 1월부터는 소득 하위 40% 노인도 소득 하위 20%에 이어 월 최대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월 최대 30만원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모두 325만명이라고 설명했는데, 여기엔 기초생활수급 노인도 포함돼 있다. 형식적으로는 기초연금이 확대되지만, 소득인정액에서 이를 빼지 않는 한 노인 빈곤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노년유니온·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는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부에서는 10만원 줬다가 10만원을 빼앗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20만원 줬다가 20만원 빼앗으며, 포용국가를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30만원 줬다가 30만원을 빼앗고 있다”며 “생계급여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평균 2% 인상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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