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탄 이재현 씨제이(CJ) 회장이 2014년 2월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수백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1심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1600억원대 세금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사실상 승소했다. 법원은 이 회장에 대한 1500억원대의 세금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11일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동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1674억원 중 1562억원의 세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며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했다. 나머지 양도소득세 33억원, 종합소득세 78억원 등 112억원은 적법한 과세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나 특수목적법인과 해외금융기관 간 거래로 얻은 씨제이 계열사 주식에 관해, 이 부회장과 특수목적법인, 해외금융기관 사이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법(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05년~2012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거나, 해외금융기관과 대행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씨제이 계열사 주식을 취득, 매각해 이윤을 남겼지만 양도소득세 등을 내지 않았다. 2013년 7월 이 부회장은 이같은 조세 포탈 혐의를 포함해 1657억원의 탈세·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그해 9~11월 중부세무서는 420억원의 양도소득세 등 모두 2614억원의 세금을 이 부회장에 부과했다.
이 부회장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로 감액되고 남은 1674억원의 세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2017년 12월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주식 실소유자인 이 부회장과 명의자인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나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봐 71억원의 가산세 처분만 취소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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