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노조 설립 등 노조 문제는 삼성그룹의 주요 현안이 아니다. (중략) 노조들의 파업 진행 상황을 (삼성그룹이)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8월20일 피고인신문)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뒤 6년이 지난 17일, 삼성 고위급 간부들이 노조 활동을 와해한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선다. 재판부는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노조 고사화 전략의 실행을 지시한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강경훈 부사장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노조 활동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다. 실무진이 노조와해를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삼성 쪽은 삼성전자 노무 담당 목장균 전 전무가 노조와해 활동을 총괄하고, 그 윗선에서는 노조 활동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는 꼬리 자르기 전략을 폈다. 미래전략실(미전실)이나 삼성전자 본사 노무 담당 고위급 임원들에게 협력사 이슈는 따로 보고받을 만큼 ‘주요 현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 전 전무는 자신의 피고인신문에서 “(노조 관련) 보고를 삼성전자 인사팀장에게 하면, 인사팀장이 시에프오(CFO·이상훈 의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결정한다”며 윗선 보고가 어디까지 이뤄지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목 전무에게서) 노조 대응 관련 내용을 정기적이고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부인해 진술이 엇갈렸다. 이 의장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씨 사망 사건에 관한 세부 내용을 목 전무에게 직접 전자우편으로 받은 증거가 나왔는데도 “(메일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그룹 계열사 임원 등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강 부사장이 주재하는 등 정기 협의체가 존재했고, 이 의장도 당시 ‘시에프오 현안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아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꾸준히 생산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기업 범죄를 뒷받침할 증거는 진술과 문건뿐이다. 윗선의 지시를 자백하는 건 예외적이기 때문에 문건의 진위와 내용이 중요하다”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생성한 문건이 보고와 지시 체계를 입증해준다”고 말했다.
13일 강경훈 부사장 등 13명에 대한 에버랜드 노조와해 재판과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재판이 연달아 선고돼, 이달 안으로 삼성의 노조 활동 탄압에 대한 1심이 마무리된다.
장예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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