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가출자 지문조회도 않고 6년간 시설 방치끝 사망
애타게 찾던 딸 주검으로 부모품에
법원 “국가의무 소홀 인정” 손배판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정신질환이 있는 가출자가 가족에게 넘겨지지 않은 채 6년여 동안 병원에 수용돼있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97년 11월 이아무개(여·당시 24)씨는 경기도 군포시를 배회하다 군포파출소에 인계됐다. 이씨의 부모는 이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곧바로 경기도 성남 남부경찰서 동부파출소에 가출신고를 했다. 평소 정신질환이 있던 이씨는 같은 해 5월에도 가출해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으나 경찰서에서 이씨의 지문조회를 통해 부모에게 넘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포파출소 경찰관은 자신의 이름만 대는 이씨를 지문채취 등 추가적인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군포시 사회복지과로 보내버렸다. 군포시로 인계됐다는 사실도 경찰전산망에 입력되지 않았다. 미아·가출인 수배규칙을 위반한 행정처리였다. 이씨를 넘겨받은 군포시도 이씨를 관할 병원으로 보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지만 이씨의 신원확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연고자를 찾아줄 의무가 있는 군포시였지만, 이씨가 병원에 수용된 5년 동안 병원 쪽에 이씨의 인적사항 및 연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요청을 한 적도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이씨는 2003년 2월 병원 화장실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씨는 근처 병원으로 긴급이송돼 저산소성 뇌손상을 치료하려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도중 얻은 폐렴과 패혈증으로 2004년 3월 숨졌다. 경찰과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행정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씨 부모는 국가와 군포시를 상대로 지난해 8월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안승국)는 “국가와 군포시는 이씨 부모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포경찰서에서 ‘이씨의 연고자를 찾지 못해 군포시로 인계했다’는 전산입력을 했었다면 이씨 부모가 이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이씨를 보호시설로 보내기 전에 경찰이 지문채취를 하지 않아 신원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를 인계받은 군포시는 정신보건법상 이씨에게 연고자를 찾아줄 의무가 있다”며 “이씨의 신원확인 및 연고자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군포시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법원 “국가의무 소홀 인정” 손배판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정신질환이 있는 가출자가 가족에게 넘겨지지 않은 채 6년여 동안 병원에 수용돼있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97년 11월 이아무개(여·당시 24)씨는 경기도 군포시를 배회하다 군포파출소에 인계됐다. 이씨의 부모는 이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곧바로 경기도 성남 남부경찰서 동부파출소에 가출신고를 했다. 평소 정신질환이 있던 이씨는 같은 해 5월에도 가출해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으나 경찰서에서 이씨의 지문조회를 통해 부모에게 넘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포파출소 경찰관은 자신의 이름만 대는 이씨를 지문채취 등 추가적인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군포시 사회복지과로 보내버렸다. 군포시로 인계됐다는 사실도 경찰전산망에 입력되지 않았다. 미아·가출인 수배규칙을 위반한 행정처리였다. 이씨를 넘겨받은 군포시도 이씨를 관할 병원으로 보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지만 이씨의 신원확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연고자를 찾아줄 의무가 있는 군포시였지만, 이씨가 병원에 수용된 5년 동안 병원 쪽에 이씨의 인적사항 및 연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요청을 한 적도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이씨는 2003년 2월 병원 화장실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씨는 근처 병원으로 긴급이송돼 저산소성 뇌손상을 치료하려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도중 얻은 폐렴과 패혈증으로 2004년 3월 숨졌다. 경찰과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행정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씨 부모는 국가와 군포시를 상대로 지난해 8월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안승국)는 “국가와 군포시는 이씨 부모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포경찰서에서 ‘이씨의 연고자를 찾지 못해 군포시로 인계했다’는 전산입력을 했었다면 이씨 부모가 이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정신질환이 있는 이씨를 보호시설로 보내기 전에 경찰이 지문채취를 하지 않아 신원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를 인계받은 군포시는 정신보건법상 이씨에게 연고자를 찾아줄 의무가 있다”며 “이씨의 신원확인 및 연고자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군포시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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