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
행사가 끝나고 초청으로 온 외부 관계자들과 1차 회식을 했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늦은 밤에 직원들끼리만 2차를 가지고 해서 밤 11시까지 2차 술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3차를 가자고 강요하더군요. 숙소가 멀고 몸이 안 좋아서 3차에 가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빠져나왔는데, 직원한테 전화를 걸게 시켜서 회식 자리로 돌아오라고 요구하더군요. 너무나 힘듭니다. (공공기관 재직 ㄱ씨)
#2.
회식하던 날 떨어져 앉아있던 상사가 다가오더니 “오늘 고기 구웠냐 안 구웠냐? 볶음밥은 누가 비볐냐”고 묻더니 “왜 맛없는 표정으로 먹고 있느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 다른 상사가 “요즘 애들은 다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다른 선배들도 돌아가며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고기 구우려고 했다가 다른 동료가 먼저 나서서 가만히 있었던 것뿐인데, 회식에서 고기 굽지 않았다고 이렇게 비난받아도 되는 건가요? (직장인 ㄴ씨)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이후 모욕을 주는 언행이나 원치 않는 회식 문화 강요, 폭언과 협박 등 직장 갑질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직장 내 회식을 둘러싼 인식에는 여전히 세대 간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 119’는 지난 10월 전국 만 19~55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전문여론 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설문한 결과, 다른 직장 갑질보다 회식 갑질에 대한 저항감에서 20대와 50대 직장인 사이에 유독 큰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항목에 대한 저항감에서 20대는 71.6점을 나타냈고, 50대는 59.85점을 나타내 11.75점의 격차를 보였다. ‘휴일날 단합을 위한 체육대회나 엠티(MT)와 같은 행사를 할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한 저항감도 20대(73.36점)와 50대(62.35점)의 격차가 11.01점이나 됐다. ‘회식이나 단합대회에서 분위기를 띄우려면 직원들의 공연이나 장기자랑이 있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저항감 역시 20대(77.00점)와 50대(66.91점)의 격차가 10.09점이었다.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항목에선 남성(62.11점)보다 여성(73.55점)의 저항감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기타 직장 갑질에 대한 저항감 평균지수는 20대(69.35점)와 50대(66.25점)의 격차가 3.1점에 불과했다.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23건의 회식 관련 직장 갑질 제보를 보면,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거나 ‘신뢰 관계가 깨졌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었고, 술을 거부했다가 무시나 조롱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 119는 “술을 좋아하는 민족, 술에 관대한 사회라는 핑계로 직장과 학교, 동네에서 회식이 넘쳐난다”며 “회식 강요는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서도 ‘음주/흡연을 강요하는 행위’로 명시되어 있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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