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현장에 일반인을 참여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19일 인권위는 “경찰이 압수수색 시 일반인 제보자를 참여시킨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규정 마련 △기관 내에 해당 사례 전파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참여한 직원 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인은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이 유사투자자문업체 ㄱ그룹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 마스크를 쓰고 누구인지 모르는 일반인을 불법으로 참여시켜 시스템 기능에 대한 설명과 디지털 자료 압수 범위 결정 등의 조력을 받았다며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관들은 ‘ㄱ그룹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로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는 전문가들의 경력과 투자자문 수익률 등을 속여 방송가입비를 편취했다’는 제보를 받고 인지수사를 시작했다. 또한 압수수색 영장에 참여한 일반인은 ㄱ그룹을 퇴사한 제보자로 경찰이 작성한 수사 보고에는 ‘방송 솔루션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면서 피의자 용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반인의 협조를 받은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에 피진정인인 경찰관들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조력자의 참여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관련 내용과 다수의 피의자를 잘 알고 있는 조력자를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시킨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강제 처분을 통한 증거수집 및 보전의 권한은 수사기관에만 부여되며, 경찰관의 임의적인 판단으로 압수수색 영장집행에 제3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법률상 근거 없는 강제처분”이라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123조의 압수수색 절차상 제3자 참여 규정은 집행을 받는 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의 실효성을 위해 일반인의 조력을 받은 것은 공권력의 자기 행사 원칙을 벗어나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권위는 “압수수색 영장에 제3자 참여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나 관련된 법원의 허가내용이 적혀있지 않고 참고인 조사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수사기관이 제3자 조력이 불가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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