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수사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접수된 사건을 수사팀에 ‘무작위 배당’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경찰 사건배당에 관한 지침’(배당 지침)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주로 사건이 접수된 순서에 따라 수사팀에 돌아가며 배당을 하는 ‘순번제’가 사용됐지만 이 경우 특정팀이 특정 사건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청은 배당 지침을 만들어 책임수사관서 지정부터, 수사부서, 수사팀, 수사관 등에게 사건을 접수·배당하는 절차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배당 지침에 적용을 받는 사건은 신고 또는 현장 검거로 접수되는 사건을 제외한 고소·고발·진정 사건 등이다. 배당은 경찰청이 개발한 ‘사건배당 프로그램’을 통한 무작위 배당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배당 책임자가 다른 사건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지정 배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정 배당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배당 책임자는 사건배당 프로그램에 그 사유를 남겨야 한다. 또 무작위나 지정 배당한 사건 중 재배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배당을 하는 것 역시 같은 절차를 통해 가능하다.
무작위 배당은 우선 사건이 많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경찰서와 경기 수원남부·용인동부경찰서 등 수도권 주요 10개 경찰서에서 1~2개월 시범 운영한 뒤, 미비점을 보완하여 내년 초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사건접수·배당 절차의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