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별다른 이상 증상 없이 두통·어지럼을 느껴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받는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올해보다 약 2배 증가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오후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두통·어지럼으로 인한 뇌·뇌혈관 엠아르아이 검사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을 80%로 올리는 방안을 내년 3월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뇌질환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뇌·뇌혈관 엠아르아이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의료기관별로 38만2천~66만4천원이던 환자 부담이 8만8천~18만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복지부의 이번 결정은 줄였던 환자 부담을 일정 부분 다시 늘리는 조처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두통·어지럼으로 뇌 엠아르아이 검사를 받을 경우 환자는 11만100원(본인부담률 40%)을 내지만, 내년 3월부터 부담금이 22만300원(본인부담률 80%)으로 늘어난다. 다만, 감각·운동 신경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있거나, 뇌압 상승 소견이 나온 뒤에 진행하는 엠아르아이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은 지금처럼 30~60%로 유지되며 부담금액도 달라지지 않는다.
일부 뇌 엠아르아이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는 까닭은, 건보 적용에 따른 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뇌 엠아르아이 건보 적용으로 연간 1600억여원의 지출을 예상했으나, 그동안 지출 추이를 고려할 때 연간 2730억~28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연간 지출액(추정)이 예측치를 60% 이상 초과한 것은 검사가 필요한 대기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과소 추계한 부분과 두통·어지럼 등 경증으로 인한 검사가 과도하게 증가한 부분이 절반씩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 병·의원 등 중소형 의료기관에서의 두통·어지럼으로 인한 엠아르아이 진료비 증가율이 대형병원에 견줘 4~10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별다른 증상 없이 두통·어지럼을 호소하며 엠아르아이를 찍은 환자 가운데 5~10%는 실제 뇌 질환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영래 과장은 “두통·어지럼에 따른 엠아르아이를 모두 의미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환자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내년 1월부터 뇌 엠아르아이 검사가 많은 의료기관을 모니터링하는 등 공급자 통제도 강화해 의사와 환자가 엠아르아이 검사 여부를 상의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올해 4월까지 약 700개 항목에 대해 건보 적용을 확대했으며, 이에 따라 연간 4조5천억원의 재정 지출을 예상했다. 뇌·뇌질환 엠아르아이나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치료 같은 항목은 애초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으로는 예상치를 밑도는 연간 3조8천억원~4조원이 쓰일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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