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이 26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안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제공
10년에 걸친 복직 투쟁 끝에 지난 7월 재입사해 무급휴직 중이던 쌍용차 해고자 47명의 일터 복귀가 당사자들과 직접 협의 없이 무기한 미뤄진 데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18년 쌍용차 노·노·사·정(쌍용차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무급휴직자 47명은 이미 쌍용차 직원이다. 경영상 이유로 이들의 휴직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하면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무기한 휴직 통보는 10년 동안 기다린 노동자들에게 너무 잔인한 결정인 만큼 이들을 복귀시킨 뒤 (일자리 공유를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인다든가, 일부 인원이라도 먼저 업무에 배치한 뒤 남은 인원에 대한 복귀 논의를 약속하는 등의 방안을 쌍용차가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며 “이번처럼 당사자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합의했던 약속이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갈등은 계속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2018년 쌍용차 노노사와 경사노위가 일군 ‘해고자 119명 전원 복직 합의’에 따라, 47명(1명은 정년 도래)은 올해 7월 재입사해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을 한 뒤 내년 초 부서 배치를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쌍용차와 쌍용차노조는 이들에 대해 매달 통상임금 70%를 지급하는 대신 휴직 기간을 연장하는 데 합의하고 이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2018년 9월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노사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 당시 김득중(왼쪽부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종식 전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터 복귀를 기다리던 47명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내년 1월 출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급휴직자 중 한명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회사 위기는 전체적인 인력 상황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문제”라며 “지난 10년간 고통 속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내년 1월2일 부서 배치만을 기다린 사람들을 따로 분리해 이렇게 하는 건 정말 잔인한 폭력”이라고 성토했다. 쌍용차 노사가 휴직 대상자를 마음대로 선정한 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회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니언숍(노동자가 노조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 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47명은 쌍용차노조 소속이다. 자동차 시장 자체가 워낙 안 좋아 현대·기아차 외에는 판매 절벽인 상황이라 휴직자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며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회사에 어느 정도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휴직을 연장하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노노사 합의를 중재했던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사정이 어려워 일정한 월급을 주면서 (부서 배치를) 뒤로 미루는 형식이라면 노노사정 합의를 무시한 건 아니라고 본다. 상황을 좀 더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노노사정 합의 당시 경사노위는 해고자 복직으로 인한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쌍용차는 산업은행으로부터 1천억원을 대출받았다.
한편 ‘무기한 휴직’을 회사 쪽과 합의한 쌍용차노조는 27일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오는 30일 향후 대처 방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박현정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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