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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딸 췌장 기증받은 킴벌리를 만났습니다, 엄마의 뜨거운 포옹

등록 2020-01-20 15:17수정 2020-01-20 20:26

[국내 첫 기증자 유가족-이식인 만남]
전세계 27명에 생명 주고 떠난 기증자 부모
“딸 죽음 헛되지 않아…희망 되어 자랑스러워”
금전 교류 우려에 국내에선 개인정보 제공은 불법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관 통한 소식 교류 허용을”
2016년 1월 장기기증으로 전세계 27명에게 생명을 전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유나씨의 어머니 이선경씨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김씨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미국인 킴벌리와 포옹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6년 1월 장기기증으로 전세계 27명에게 생명을 전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유나씨의 어머니 이선경씨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김씨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미국인 킴벌리와 포옹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해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던 김유나(당시 19살)씨는 2014년 5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트라이시티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유학을 했다. 2016년 1월 김씨는 학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씨의 부모 김제박(54·믿거나말거나박물관 대표)·이선경(49)씨 부부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딸의 장기를 다른 이에게 기증하기로 뜻을 모았고, 김씨는 전세계 27명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일, 김씨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기증받은 미국인 킴벌리(23)가 김씨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만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장기기증 운동 30년을 맞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 만남을 진행했다.

이번 만남에서 킴벌리는 김씨 가족에게 “유나가 준 생명을 선물 받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됐다”며 “어떤 말로도 고맙고 기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며 “항상 유나를 가슴에 간직하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2살 때부터 소아 당뇨로 투병한 킴벌리는 18살 때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졌지만 19살이 됐을 무렵 김씨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이씨는 “유나는 밝고 웃음 많은 든든한 맏딸이었다”며 “급하게 곁을 떠났지만 유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큰 희망이 되었다니 딸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만남 이후 본부는 “국내법은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만남처럼 이들 간 교류가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해 최소한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31조는 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한다. 금전 등이 오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 가족과 킴벌리의 만남은 미국에서 장기를 기증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본부 쪽은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1대1로 만나지 않고 기관을 통해 교류하면 그런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동엽 본부 사무처장은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직접적으로 서신 교류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기관의 중재 아래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소식만 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김유나씨으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왼쪽 셋째)와 김씨의 부모님 김제박(맨 왼쪽), 이선경(왼쪽 둘째)씨가 서로 만나 껴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 김유나씨으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왼쪽 셋째)와 김씨의 부모님 김제박(맨 왼쪽), 이선경(왼쪽 둘째)씨가 서로 만나 껴안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도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하다”며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라도 주고받도록 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2011년 뇌사한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장부순씨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내게 필요한 한 마디는 ‘엄마, 잘했어’라는 말이었다”며 “그때 우리 아들의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고맙다’, ‘건강히 잘 살겠다’는 편지 한장만 써줬더라면 큰 슬픔 가운데서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2010년 뇌사로 아들을 떠나보낸 기증인 유가족 이대호씨도 “아들은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며 “저는 단지 같은 하늘 어디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그들의 소식이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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