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기소된 31일 대검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씨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억대의 돈을 받은 뒤 관련 내용을 조 전 장관과 협의한 정황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일부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조범동씨의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조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정 교수 쪽에 허위 컨설팅계약 자문료를 준 점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임 시절 정 교수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처남 정아무개씨 명의로 맺은 허위 컨설팅 계약으로 5천만원 상당을 벌게 돼 종합소득세가 수천만원을 넘게 되자 정 교수가 이를 조 전 장관에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2018년 5월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에게 “종합소득세 2200만원대 나와서 세무사가 다시 확인 중 폭망이야”라고 하자 ‘꾸기’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조 전 장관이 “완전 거액이네!”라고 답했다. 또 정 교수가 코링크에서 받아왔던 6천만~7천만원 상당을 가리켜 “불로수입ㅜ 할 말 없음”이라고 문자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이 “그러니 작년보다 재산 총액이 늘었지. 그렇게 쓰고도”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들어 조 전 장관도 조씨가 정 교수에게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돈을 지급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긴밀히 협의한 정황도 공개됐다. 정 교수는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해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하자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 김경록씨와 이를 피할 방법을 논의했다. 정 교수는 김씨에게 “주식 남편 때문에 백지신탁하거나 다 팔아야 한다. 어디 묶어둘 데 없나?”라며 새로운 투자처에 관해 논의했다. 그 뒤 김씨가 백지신탁을 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보라고 하자 “남편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조씨 쪽 변호인은 정 교수와의 거래는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반박을 별도로 하진 않았다. 정 교수는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상장사 주식을 매입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으로 19차례에 걸쳐 1억58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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