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사라졌던 반려견 ‘토순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는 22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아무개(28)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반려견 토순이를 발견해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토순이가 자신을 피해 도망치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러 짖기 시작하자 화가 나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순이는 현장 인근에서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정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화가 난다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잔인하게 살해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약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이 사건도 폭력전과 누범 기간 중에 저질렀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아지 토순이를 주인 잃은 개로 생각하고 자기가 키울 생각으로 잡으려다가 저항하자 죽였다”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기존 폭력 범죄로 여러 번 처벌을 받은 데다 누범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은 정신적 충격과 슬픔에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미리 계획된 범행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과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