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당시 40) 기수가 유서에서 제기한 경마 승부조작, 조교사 개업비리 의혹 등의 문제와 관련해 마사회가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22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생과 협력에 기반을 두고 경마제도를 혁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결국 너무 승부에 매몰돼 성적 위주 경쟁을 강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의) 협의 대상이라 말할 순 없지만, 경마산업 이해 관계자뿐 아니라 사회 각층의 의견을 종합 반영해 공정과 상생의 관계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마사회가 제시한 개선안을 보면, 기수와 조교사, 말 관리사들 상호 간 체결하는 계약서를 표준계약서로 하도록 하고, 비리신고 포상금을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중원 기수가 제기했던 조교사 개업심사평가 문제와 관련해선 경력·면허취득 기간을 우대하도록 하고 심사의 투명성·공정성을 위해 현재 20%인 외부평가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마사회는 이와 함께 중·하위권 관계자(기수, 조교사, 말 관리사)의 소득 안정을 위해 상금 1위 집중도를 기존 57%에서 5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기수가 경마에 출주해 받는 대가인 기승료는 순위에 관계없이 지급하고 회당 급액도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조교사(말 관리와 훈련을 맡고 기수에게 감독 구실)와 말 관리사에게 지급하는 출주장려금도 대상을 기존 8위까지에서 9위로 넓힌다.
지난해 12월11일 고 문중원씨의 유가족, 직장동료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고 문중원 열사 제도개선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 회장은 “당사자들과의 협의 문제로 한 번에 모든 걸 다 바꿔내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며 “미진하지만, 점진적으로 이행해 3년 뒤 납득할 만하게 고쳐 놓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는 유서에서 부정 경마,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선 2004년 개장 후 지금까지 문씨를 포함해 7명의 기수와 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한두 명씩 죽어갈 때 실질적인 사용주인 마사회와 감독 책임자인 정부가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구조를 제대로 바꾸었다면 또 다른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며 “마사회장을 임명한 청와대가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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